한나라당의 물갈이론이 중진의원들의 집단 대응을 부르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맹목적 인적 청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곤란하지만 개혁과 정치발전을 위한 물갈이론은 안팎으로부터 적지 않은 당위성을 얻고 있다. 단순히 당이 총선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의 차원만이 아니다.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대선자금 비리 등을 겪으면서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결론이다.물갈이의 중요성은 한나라당에서 더욱 주목된다. 다수당이라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지역구도를 탈피해야 하는 개혁적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원했든 아니든 한나라당은 영남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고, 정치에 대한 국민여망 중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지역주의의 고질을 고치자는 것이다. 반드시 중진이라고 해서 무능하고 부도덕하다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중진들 중에는 지역대결이라는 기계적 이익의 수혜자였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종류의 기득권을 이번에는 깰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도 이 점만큼은 매일반이다.
대선자금 문제를 통해 뿌리깊은 정치부패와 비리구조를 확인하게 된 것도 물갈이를 재촉하는 요인이다. 정치가 국민 속에 다시 살아나려면 환골탈태가 아니고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다. 이를 위해 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동시에 정당 스스로가 인적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과제도 못지않게 절실하다.
우리 정치생리상 물갈이를 위해 겪어야 할 진통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이 진통은 필연적이다. 내년 총선의 성패는 어느 당이 이 과정을 발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50% 물갈이'여부를 두고 말이 많다는데, 더 많은 교체를 각오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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