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가 8일 검찰에 긴급체포되자 이 전 후보측은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 전 후보측은 최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망이 이 전 후보의 후원회 조직인 '부국팀' 등 이 전 후보 개인을 향해 좁혀들고 있음을 감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이 전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옥인동 자택에서 서 변호사의 체포사실을 보고받았으나,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측근은 "아직 서 변호사의 구체적 혐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무어라 말하기 어렵다"며 "이 전 후보는 잠시 무거운 표정을 지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 전 후보측 관계자들은 "이 전 후보와 서 변호사의 특수관계에 비추어 최돈웅 의원의 SK비자금 사건 때보다 훨씬 큰 파문이 일 것"이라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 변호사가 이 전 후보의 분신이나 다름 없던 '측근중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전 후보도 연루 의혹을 벗기가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다. 때문에 일부 측근은 "이 전 후보가 스스로 검찰에 나가 '내가 감옥에 가겠다'고 하지 않고서는 사태 해결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반응도 싸늘했다. 최돈웅 의원 사건 때와는 달리 '이 전 후보의 비선(秘線)인맥이 관련된 일인 만큼 당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태도다. 그 흔한 논평 하나 내지않은 게 단적인 예다.
최병렬 대표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서 변호사는 이 전 후보가 모르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이제 이 전 후보 본인이 대선자금을 얼마나 거둬 얼마나 썼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서 변호사가 심부름을 거의 도맡았을 것"이라고 말해 불법 모금사례가 더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한 고위 당직자도 "지난 7년간 지속된 '이회창 당'의 적폐를 일소할 기회"라며 "잘못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제2창당과 인적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후보는 5일 오후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최 대표를 문병해 30분간 대화를 나눠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공동 대응방향 등을 논의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이날 당 분위기는 이 전 후보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이 전 후보가 검찰출두라는 마지막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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