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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대선자금수사 칼바람까지 대기업 송년회 "조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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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대선자금수사 칼바람까지 대기업 송년회 "조촐"

입력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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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송년회'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경기 침체와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기업들 사이에 송년회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망년회 특수를 기다리던 식당들도 덩달아 울상이다.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굵직한 기업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등이 이어지자 기업들은 계획했던 부서별 송년회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2월부터 분식회계와 비자금 사태로 오너가 구속되는 홍역을 치른 SK그룹은 사실상 연말 분위기가 실종된 상태. 그룹 관계자는 "해마다 이맘때면 각종 송년회로 들떴지만 올해는 자제하는 빛이 역력하다"며 "특별한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대부분 송년회를 조촐하게 치르고 있어 예년처럼 2,3차로 이어지는 송년회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도 대부분 간단한 저녁 식사만으로 송년회를 대체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망년회를 한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을 수가 없다"며 "일부 부서는 송년회 대신 연말 '불우이웃돕기' 등의 자원봉사활동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카드는 매년 전직원이 모여 저녁식사와 함께 우수사원·지점 발표 및 시상식을 조촐하게 치를 예정이다. LG칼텍스정유도 31일 정상근무를 실시하고 오후 5시 이후에 캔맥주 한 잔으로 가는 해의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최근 비자금 조성과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롯데그룹은 대선자금을 지원한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의 송년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대선자금과 관련 없는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직원 후생복리차원 수준의 송년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을 이기고 성장세를 과시한 회사들도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감안, 회사 차원의 송년행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는 회사 차원의 송년행사 대신 부서별로 단합과 보람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간단한 행사를 가질 예정. 농심 관계자도 "사업장별로 올해 마지막날인 31일 종무식을 통해 떡 등 간단한 다과를 나누며 지난 1년간의 모습을 되새기는 정도로 송년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년회가 대폭 축소되면서 기업체 주변 식당가는 시름에 잠겼다. 서울 청진동의 한 음식집 주인 이모(48)씨는 "지난해만 해도 연말 단체모임 예약이 하루에 3∼5건씩 있었으나 올해는 일주일에 3∼5건 정도"라며 "평월 수준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들도 연회장 예약은 모두 마감된 상태지만 예년에 비해 실속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워커힐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행사 수는 줄지 않았지만 질적인 면에서 보면 7코스를 주문할 것을 5코스로 줄이는 등 알뜰한 모임이 많다"며 "특히 가족 모임의 경우는 예년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드는 등 경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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