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차례에 걸친 평양의 남북 역사학자 학술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교류를 활성화할 사단법인을 곧 만들 계획입니다. 북한과는 남북 공동 학술대회를 해마다 두 번 열기로 합의했습니다."2001년 '일제의 조선 강점비법성'을 주제로 한 남북 역사학자 공동 자료전시회와 학술토론회를 시작으로 올해 8월까지 모두 세 차례 평양에서 남북 학술회의를 주도한 강만길 상지대 총장이 남북 정례 학술대회를 운영할 사단법인 '남북학술교류협회'를만든다. 민간단체들이 남북 교류 사업의 하나로 학술대회를 드문드문 열었지만, 북한과 정례 학술 교류를 약속하고 전담 법인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이사회와 사무국으로 구성될 남북학술교류협회는 내년 2월에 통일부에 사단법인 신청서를 내고 승인이 나면 바로 출범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간다. '민족화해와 동질성회복, 남북 구성원의 공감대 회복에 학문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내걸고, 학자가 중심이 된 7, 8명의 이사와 실무를 담당할 2, 3명의 사무국 직원으로 첫 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이를 위해 12일 저녁 7시 고려대 교우회관 202호에서 '남북학술교류협회준비위원회' 사무실 개소식을 갖는다.
"남북 학술대회는 내년부터 매년 2월과 8월 평양에서 열 계획입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만행 등 우리 근·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역사학 교류가 우선입니다. 그 과정에서 남북 학자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범위를 다른 학문 분야로 넓혀갈 수 있을 겁니다."
8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역사학자 학술토론회에 한국도시방재학회 회원들이 동행하는 등 역사학 이외 분야에서도 남북 교류에 대한 수요가 적지 않다.
남한의 웬만한 학회는 최근 몇 해 사이 대북 학술 교류나 북한 지역 조사 연구 사업을 학회 연중 추진 사업으로 정해 놓고 있다. 학술교류협회 준비위에 따르면 이미 인문사회과학은 물론 자연과학 학회 2, 3곳에서 대북 학술 교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 하반기로 예정됐다가 연기돼 내년 2월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일제약탈 문화재 반환을 위한 남북 공동 자료 전시회'는 남북학술교류협회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열려 사실상 첫 남북 정례 학술회의가 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는 8월 남북 학술대회에서 어렵사리 구성 원칙에만 합의한 '남북역사학자 협의회'의 구체적 구성과 활동 방법도 논의될 예정이다. 논의가 순조로우면 해방 이후 첫 남북 학자 상설 협의체가 본격 가동된다.
강 총장은 "지금까지 남북 공동학술회의가 평양에서 열렸지만 여건을 봐가면서 서울로 북한 학자를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할 생각"이라며 "남북학술교류협회를 통해 학문 교류와 남북 동질성 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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