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기도입 및 전력증강사업 전문가로 꼽히는 이원형(57·예비역 소장) 전 국방품질관리소장에 대해 8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과거 무기도입 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군내에서는 호남 출신으로 DJ 정권 시절 군내 최고 실세 중 한명으로 꼽혔던 이 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군납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무기거래 전반으로 불길이 확대될 조짐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씨는 지난 2001년 구속된 문일섭 전 국방차관에 이어 최근 군납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혐의가 적발된 최고 거물급 전력증강 전문가로 평가된다.차명계좌 10개 관리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8일 군납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이씨와 이씨에게 뇌물을 준 군납업자 정모(49)씨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국방부 획득정책관으로 재직하던 1998년 12월부터 국방품질관리소장으로 있던 2002년 11월까지 23차례에 걸쳐 1억3,100만원을 정씨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저고도 대공화기인 오리콘포 사격통제장치에 대한 성능개량 사업과 관련, 정씨가 1993년 개발업체로 선정된 뒤 2000년부터 부품을 납품하면서 제반 편의를 봐달라며 이씨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부인 친구인 K씨 명의 차명계좌 10개로 나누어 뇌물을 관리해왔으며, 99년 2월 서울 반포주공아파트 42평도 차명으로 매입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이씨 차명계좌에 출처가 불분명한 27여억원이 입금된 사실에 주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재직시절 주요 전력증강 사업
K고와 육사(26기)를 나온 이씨는 특히 1998년 12월부터 2001년 5월까지 전력증강 사업을 관장하는 국방부 획득정책관으로 재직했다. 획득정책관은 해외 구매사업을 관리하고, 중기계획 조정 및 자금재원 관리를 담당하는 보직으로 전력증강 사업 전반에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자리이다.
이씨는 IMF 외환위기 직후 순연된 각종 무기도입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획득정책관 재직시절 지휘헬기(VH-X), 중형수송기(CN-235) 사업이 그의 재직시절 본격 추진됐으며, 북한 전지역의 신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창설된 백두사업단은 99년 1월 창설됐다. 2000년 10월에는 대형 공격헬기(AH-X) 사업의 대상장비가 선정되고, 주야간에 실시간으로 영상정보 수집이 가능한 전자광학 영상장비(EO-X) 등은 99년 2월 획득계획이 공고되고 99년 6월 시험평가 대상장비 등이 정해졌다. 차기전투기(F-X) 사업의 경우 2000년 6월 4개 기종 제안서를 접수받았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이씨의 비위혐의에 대한 첩보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실세여서 감히 내사조차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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