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4)씨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상호저축은행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만 당했다. 카드 빚 300만원을 갚기 위해 소액대출을 신청했으나 "신용이 나빠 대출이 곤란하다"며 대출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결국 사채업자로부터 10일에 10%, 연 365%라는 초고금리로 300만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서민대출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한도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대출수요가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농협 단위조합, 대금업 등 2금융권에 몰리고 있지만 이들 금융기관 역시 11월부터 준(準)신용불량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대금업체, "신용불량자 사절"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카드사, 할부금융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단기 급전대출 규모는 지난해 연간 426조6,900억원에서 올해 9월말 230조600억원으로 196조6,300억원(46.1%) 감소했다. 특히 서민금융기관을 자처하는 저축은행의 소액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2조2,408억원에서 올해 9월 1조8,624억원으로 3,784억원(16.9%) 감소했다. 서울 강남의 S상호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이용자의 대부분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거나 카드 돌려막기에 실패한 신용불량 직전의 사람들"이라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을 담보로 한 소액대출은 거의 중단한 상태로 담보대출만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금업체도 대출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대금업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일본계 A& O그룹의 경우 최근 대출문의는 한달 전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신규대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A& O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고금리 자금조달 구조에 연체율까지 높아져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라며 "11월말 대출규모는 지난해 말의 33%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협·단위농협, "4분기부터 대출통제"
지역 조합원을 상대로 한 신협, 단위농협, 새마을금고 등 신용협동기구의 대출규모는 지난해 말 45조7,270억원에서 올해 3·4분기 56조3,740억원으로 폭증했으나, 4분기부터는 투기지역 내 담보인정비율 축소, 가계부실 심화 가능성에 따른 자체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대출규모가 급속히 줄고 있다.
신협의 경우 9월에는 전월 대비 862억원이 증가한 10조8,932억원의 대출이 이뤄졌으나, 조합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한 10월(10조9,429억원)에는 497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단위농협 대출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10월말까지 매달 평균 1조원씩 늘었으나 11월에는 2,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대출추진담당 양주필 과장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이탈한 고객들이 단위농협에 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실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며 "고객의 절반 이상이 소득증빙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힘든 농민이기 때문에 11월부터는 신규대출을 거의 중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최근의 대출시장 상황은 중간 금리대의 대출상품이 사라짐으로써 대다수 서민대출 이용자들이 사채 등 고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같은 서민대출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이 없을 경우 내년 초에는 신용불량자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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