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강남지역 불법 과외·학원에 대해 전면 단속을 선포한 지 2주가 지났으나 '용두사미식 단속'으로 애꿎은 일반 학원과 수강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또 수능시험이 이미 끝난 데다 고액과외 보습학원과 강사들은 심야 단속시간을 피해 새벽반을 운영하거나 아예 근거지를 경기도 지역으로 옮겨 변칙영업에 나서고있어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사교육 특구'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보습학원가에는 최근 새벽부터 자녀를 마중 나온 고급승용차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 단속이 시작된 이후 저녁·심야 강의가 어렵게 되자 새벽이나 주말에 수업이 진행하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 일부 고액과외는 단속이 없는 경기 분당신도시나 성남지역 등으로 장소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A 보습학원의 관계자는 "교육청의 단속이 시작된 이후 수업시간을 새벽이나 주말고 바꾼 곳이 많고 고액과외 학원의 경우 근거지를 아예 경기 분당과 성남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지역만 단속해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오전 6시30분께 학원을 나와 학교로 향하던 박모(17·J고2년)군은 "단속 후 수면시간이 1시간 반이나 줄었다"며 "하지만 고액과외를 그만뒀다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고 푸념했다.
강남 불법과외 특별단속본부에 따르면 강남·서초지역 학원 170개소를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적발한 위반사례는 총 175건. 그러나 수강료 초과징수(29건), 장부 미비치(24건), 강사채용 미통보(21건), 과외교습 미신고(17건), 학원명칭 변경(16건) 등 대부분 미미한 사안. 불법 고액과외 등 당초 취지의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단속본부 관계자는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지역으로 학원이 옮겨갈 경우 단속의 손길이 못미친다"고 말했다.
시행 첫날 4개조 24개 단속반을 가동했던 특별본부는 현재 1개조가 1주일씩 순찰 활동을 펴는데 그치고 있다. 단속반 관계자는 "수능이 끝난 후 단속이 시작돼 고액과외를 적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과 학원 관계자들은 정부의 '솜방망이 단속'에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장모(44)씨는 "어설픈 단속 때문에 학생들의 고통만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전국보습교육협의회도 "현실성 없는 단속으로 고액과외는 적발도 못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학원만 피해를 입고있다"이라고 주장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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