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체험을 작품화, 1970년대 문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던 소설가 이정환(1930∼1984·사진)의 미발표 유작 소설 '왕줘빙(望捉風)'이 발굴됐다.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 겨울호에 실린 이 소설은 원고 끝에 '1962년 단오 탈고'라고 적혀 있다.감옥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의 제목은 '바람 잡다'를 중국어로 옮긴 것이다. 감옥의 공장에서 죄수들이 '바람 잡는 노인'이란 제목의 연극을 공연하다가 깐깐한 간수장에게 적발된다. 담당 간수는 곤경에 빠지고, 수인들도 간수의 처벌을 걱정하며 갈등한다. 작가의 생생한 감옥 체험이 짙은 해학과 우수 어린 문체로 그려져 있다.
이씨는 한국전쟁 때 휴가를 나왔다가 귀대하지 못해 탈영병으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수감된 지 7년 만에 풀려난 그는 자신의 체험을 담은 소설집 '까치방'과 장편 '샛강' 등을 발표해 1970년대 문단에서 크게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당뇨병이 악화해 80년 실명했으며, 실명상태에서 원고지를 더듬어 써 내려간 판독하기 어려운 유고를 큰딸 진(시인, 드라마 작가)씨가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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