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경기 전망과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 등 한국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이른바 재계 선두 3인방은 내년도 설비투자를 소폭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은 미국 등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반도체, 디지털 전자제품 등 이른바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올해 무려 9조5,000억원의 투자를 실시한 삼성은 반도체,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정보통신기기 등 전략사업의 경우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투자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다고 해도 삼성의 내년 설비 투자액은 10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액정표시장치(LCD), 플래시 메모리 등의 수요가 급증할 경우 투자 증가율은 20%대에 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연구개발투자를 올해보다 12% 증가한 2조9,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LG도 내년에 그룹의 두 축인 전자와 화학 분야에서 모두 투자를 늘릴 예정이다. LG전자는 내년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합쳐 2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며 LG화학도 중국설비 증설, 전자소재 설비 확충 등을 위해 최소한 올해 수준 이상의 투자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LG는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합해 7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자동차는 투자계획의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내년에도 미국, 중국, 동유럽 등 해외 생산기지를 계속 확충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3인방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과 비(非)IT 분야와 내수를 위주로 하는 기업, 중소 기업들은 뚜렷한 경기 회복신호가 보이기 전까지는 대부분 투자를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수출 비중이 높고 IT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선두 그룹들과 그렇지 못한 중소 기업들간의 설비 투자 규모가 차이가 나면서 두 분야의 경영실적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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