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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거꾸로 가는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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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거꾸로 가는 교육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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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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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철이 돌아오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점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언론마다 교육 현안에 대한 특집을 하고 사적인 모임에서 자녀 입시와 관련하여 교육제도에 대한 이야기들이 뜨겁다. 과다한 사교육비와 입시경쟁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고 고교 평준화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다.그러나 정작 대학 교육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항상 뒷전이다. 일단 대학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많은 학부모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권자들의 표를 좇는 정치권도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다.

서열화한 한국의 대학은 학벌사회를 조장하는 주원인으로 지탄을 받는데, 이제는 일류대학 졸업장만으로 행세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대학 진학률이 75%가 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보다는 어떠한 지식을 습득하여 나가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대학사회도 크게 변하고 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학벌만으로 장래가 보장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어학과 전문실력을 키우기 위해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질적 수준은 아직도 크게 미흡하다. 기업들은 대학 졸업생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전문 실력을 갖추지 못해 불만이 크다. 2002년 12월 전경련 조사에 의하면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26점에 그쳤다. 지난 40년 간 근대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기성세대의 역할을 지금의 10대, 20대가 앞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 통일 한국을 이끌어가고 아시아 시대의 주역이 될 지도자들을 키우는 일을 과연 지금의 우리 대학이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일류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외국의 명문 대학원에 입학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의 대학원들이 똑같은 한국 학생이라도 자기 나라에서 대학을 나온 한국 학생을 뽑으려 하고, 중국 학생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우리끼리의 일류대학이지 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한국에는 일류대학이 없다. 그 결과 정말 우수한 한국 학생이 역차별을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야구가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국민타자' 이승엽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이라 하여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받은 교육의 경험과 자기 자녀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인들도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모든 학생에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려는 정책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회 정의와 분배 차원에서 물론 중요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책이지만, 지나친 평등 추구는 장기적으로 교육의 하향 평준화와 경쟁력 훼손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교육정책을 소득 재분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한 최우선 수단은 조세와 복지정책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최근 일본은 국립대의 독립 법인화를 통해 정부 규제를 줄이고 경쟁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양대 명문인 베이징대학과 칭화대학을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 집중지원하고 교수들의 연봉도 성과급으로 바꾸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소수 엘리트 양성을 위한 그랑 제콜을 빼고는 대학의 완전한 평준화를 유지해오던 프랑스마저 대학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개혁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교육개혁 논의는 대학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의 미래는 대학이 양성할 창의적인 인재와 전문가들에게 달려 있다. 한국 대학들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높이기 위한 과감한 사회적 투자와 교육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 종 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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