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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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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이기는 기업/농심

입력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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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인들이 먹어치운 라면은 무려 37억개에 이른다. 1인당 평균 80개다. 이중 (주)농심의 라면이 70.9%(2002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라면을 먹을 때면 농심라면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 중에서도 '신(辛)라면'이 차지하는 막강한 위상은 전설적이다. 현재 160여종의 제품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연 1조2,000억원 규모의 국내 라면시장에서 단일품목으로 무려 23%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매출액은 2,900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액의 21.6%에 이른다. 심지어 중국내 한국제품 중 식품분야 인지도 1위를 차지하며 음식 대국인 중국인 식성을 바꿀 정도로 세계적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라면의 대명사로 통하는 신라면 같은 주력 제품들의 활약이 이 회사가 불황을 잊고 사는 비결인 것이다.

주식시장의 황제주

농심은 요즘 주식시장에서 '내수의 황제주'로 한창 각광을 받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불황속에서도 눈부신 실적으로 과시하고, 향후 전망이 더욱 밝다는 평가 때문이다. 농심의 주가는 10·11월 두달 사이에만 75%가 뛰었다. 실제로 농심은 올해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1,400억원을 예상하고 있는데 영업이익은 4년전인 1999년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불황을 모르는 초우량 기업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매운 맛으로 굳힌 시장 1위

식품업계 1위 자리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986년 10월 출시된 신라면은 얼큰하고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그대로 재현, 라면시장에서 매운 맛 선풍을 불러일으킨 주역. 농심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사발면 등의 인기를 발판으로 라면업계 1위에 올라선 것은 85년. 하지만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다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 창출이 필요했다. 세대와 시대를 뛰어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한국적인 맛의 라면, 이런 컨셉을 갖고 농심연구소 연구원들이 1년을 매달린 끝에 만들어 낸 회심의 작품이 바로 신라면의 매운맛이다.

농심은 1965년 9월 회사 설립과 동시에 회사안에 농심 연구소를 만들어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라면 개발에 주력했다. 석·박사 10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원들은 70년대 초·중반 소고기라면, 짜장면, 농심라면을 개발한데 이어 80년대 들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사발면 상품들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85년 3월 결국 시장점유율을 역전시켰다. 86년에 신라면이 나오면서 그 격차가 크게 벌어진 후 지난해에는 70.9%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등 시절 설움 잊지 않는다

농심 직원들은 성공의 또 하나의 비결로 뼈에 사무치게 겪어 본 2등 시절의 설움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업계 1위라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농심은 65∼85년사이 무려 20여년간 삼양라면에 이은 2등 자리를 면치 못했다.

박덕진 라면 마케팅팀장은 아직도 82년 신입 사원시절 구멍가게에서 당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영업 사원들이 구멍가게에 라면을 들고 가면 받아주지 않아 가게 앞에 던져놓고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상품이 2등이니 영업사원도 2등 대우를 받은 것이죠."

그래서 지금도 신입사원 교육 때 2등 시절을 되새기며 '해내는 농심인'의 정신을 잊지 말자고 강조한다. 언제든지 다시 2등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직원들을 독려한다.

농심은 노사간 신뢰관계가 남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창업주인 신춘호(71)그룹회장의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경영철학으로 인해 외환위기에도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왔다. 그래서 이직률 또한 다른 회사보다 월등히 낮다. 삼양라면이 시장을 장악하던 창업 초기 경영에 압박을 받던 시절에도 신회장은 "밀가루 살 돈은 없어도 봉급은 제때 줘야 한다"며 직원들의 사기를 중시해왔다. 또 농심에는 '실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다. 열심히 일하면서 부도를 맞거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라면 외길이 세계적 브랜드의 비결

농심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라면과 스낵을 연상한다. 이는 농심이 40여년간 라면·스낵 전문업체로서 한 우물을 파온 결과다.

외환위기 당시 수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지만 농심은 신회장이 창업 당시부터 오직 외길만을 고집해오면서 외환위기 등 시장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라면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아가 한 분야에 대한 집중에서 오는 경쟁력으로 이제는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농심 이상윤 대표는 "오늘날 식품업계 정상의 자리에 서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것도 라면·스낵만을 고집한데서 비롯됐다"며 "신라면을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세계속의 브랜드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농심은

라면·스낵 등을 생산·판매하는 식품 전문업체다. 1965년 9월 설립 후 신라면 새우깡 등 대표적인 장수 브랜드를 잇따라 만들어 내면서 식품업계 최강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각종 제조설비의 국산화, 양질의 원료사용,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완전자동화 생산체제가 갖춰진 첨단 제조설비는 경쟁력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농심이 개발한 히트상품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라면으로는 신라면, 안성탕면, 너구리, 짜파게티, 신라면 큰사발면, 생생우동 등이 있고, 스낵으로는 새우깡, 양파링, 포테토칩 등을 꼽을 수 있다. 71년 12월 개발한 '새우깡'은 우리나라에 스낵문화를 꽃피우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86년 10월 개발한 신라면은 소매점에서 '신라면 없으면 장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라면의 대표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농심은 98년이후 유관사업인 밥과 음료 시장에도 진출, 즉석밥 햅쌀밥, 저과즙주스 카프리썬, 웰치포도주스에 이어 농심켈로그의 시리얼, 먹는 샘물 제주삼다수, 네슬레 커피류, 웰치 탄산, 츄파춥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농심은 올해 국내에서 라면은 72%, 스낵은 34%의 시장점유율을 지키며 식품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세계 70여개 국가에 연간 9,000만 달러 정도의 라면과 스낵을 수출하거나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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