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요? 5,000원 아니라 만원이라도 받고 싶었어요. 돈 벌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여기 전시된 자물쇠들을 대충 돌아보고 나갈까 봐서요."개관 한 달째를 맞는 '쇳대박물관'의 최홍규(46) 대표는 자신만만했다. '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대학로에 있는 이 이색적인 박물관에는 그가 열아홉 살 때부터 모아온 300여 개의 자물쇠와 열쇠가 전시돼 있다. 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것들을 모으는 데 내 젊음을 다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난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아요.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쇳대박물관에 단 한 번이라도 가본 이라면 최씨의 이런 말이 과장이 아니란 걸 금세 알 수 있다. 우선 다양한 자물쇠들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져버린 전통 자물쇠를 만날 수 있다는 건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즐거움이다. 고려시대 청동 자물쇠에서부터 조선 후기의 함박형 자물쇠, 비밀 자물쇠, 물고기형 자물쇠까지.
한국의 전통 자물쇠와 비교하기 위해 중국, 티벳, 유럽, 아프리카의 자물쇠도 갖다 놓았다. 특히 거북, 물고기 모양의 나무 빗장과 둔태(빗장을 밀어넣기 위해 구멍을 파 문짝에 댄 나무)들은 하나하나가 빼어난 조각품이다. 조선 중기 이후 혼수 사치품으로 유행한, 국내에 몇 개 남아있지 않다는 열쇠패도 구경할 수 있다. 전시품들은 물론 거칠고 투박한 노출 콘크리트와 검붉게 부식시킨 철판으로 지어진 박물관 건물 자체도 아름답다.
박박 깎은 머리에서 벌써 남다른 인상이 풍기는 최씨는 스스로를 "철물쟁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강남 논현동에서 '최가철물(崔家鐵物)'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철물점도 예사 철물점이 아니다. 디자인 감각을 한껏 살려 철제 인테리어 소품들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철물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자물쇠를 모으면서 그걸 만들었던 두석장(豆錫匠)을 떠올렸어요. 그들의 숨결과 장인 정신을 한 자락이라도 배울 수 있었으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죠." 그의 다음 목표는 '대장간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모루, 집게, 농기구 등 1,000여 점을 모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사진 김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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