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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맨눈으로 보는 일본

입력
200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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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 지음 모티브·2만원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인체의 유전형질학적으로 가장 유사하고, 고대의 긴밀한 교류사를 볼 때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면서도 중세 이후 침략전쟁과 식민―피식민의 경험은 정서적으로 등을 돌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고, 알려고 하고 있나. 국내의 일본 연구는 일본의 한국 연구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빈약하다. 또한 무지에 따른 편견도 적지 않다.

'맨눈으로 본 일본'은 한국일보 도쿄특파원 등으로 일본에서 6년 여를 지낸 저자가 일본의 역사, 문화, 정치, 사회, 신앙, 음식 등 각 분야의 키워드 77개를 통해 일본을 들여다본 책이다. 이 책은 '일본' 하면 떠오르는 것들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적 의미를 하나하나 조명, 일본 문화와 정신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저자가 키워드를 살피는 자세는 냉정하고도 치밀하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이 즐겨 쓰는 '가라(唐)'라는 용어 하나에서도 중국과 한반도, 일본을 둘러싼 역사적, 문화적 유래와 배경을 찾는다. 당초 접두어로 붙은 '가라'는 당나라 또는 당나라로 대표되는 옛 중국을 가리키는 듯하나 실은 한반도를 의미한다고 보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여기에 가야 시조 김수로왕의 허황옥이 인도 드라비다족이라는 설, 일본어와 드라비다어의 관계를 입증하려는 일본 학계의 움직임 등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일본의 야마토(大和) 정권까지도 가야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새로운 각도에서 추적했다.

일본에 대해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혹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도 지적했다. 전통의상인 기모노(着物)가 일본인의 '헤픈 성문화'의 상징으로 오해 받아 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즉 속옷을 입지 않는다는 오해는 일종의 목욕 가운인 유카타(浴衣)를 두고 와전됐을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기모노에는 속옷을 받쳐입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모노는 한복과 마찬가지로 감춤, 숨김의 미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태평양전쟁 당시 자살공격을 감행한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나 윗사람을 위해 할복을 하는 하수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무사도 정신이 과거에는 절제와 자긍심을 의미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퇴색하면서 부패와 무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벚꽃이나, 여름밤 불꽃놀이에 열광하는 모습에서는 일본인들의 미의식을 불교의 허무주의와 연결시키기도 했다.

풍부한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밀도 있게 구성한 이 책은 일본에 대해 무엇보다 '색안경'을 끼지 않고 들여다봄으로써 일본에 대한 입문서로 적절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일본에 대한 여행기나 인상기 차원의 책이 아니면 지나치게 세분화한 전문적인 책이 주종을 이루는 현실에서 중간의 틈을 메워 건전한 상식을 제공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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