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 재의(再議) 표결이 209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되자 국회 본회의장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노 대통령과 야3당간의 힘겨루기에서 야당이 완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야3당의 압도적 승리로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상당한 상처를 입었으며 정국의 긴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3시55분께 박관용 국회의장이 표결 결과를 발표, 특검법 재의결을 공표하자 악수를 나누며 반색했다. 반면 우리당 의원들은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의장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한 것은 1962년 헌법 개정 이후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표결에는 재적의원 272명 중 6명이 불참, 266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김홍신 강삼재 의원을 제외한 147명이, 민주당에선 우리당 성향인 전국구 김기재 조배숙 의원과 외유중인 김운용 의원을 제외한 57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자민련은 소속 의원 10명 전원이 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표결 전 3야의 공언대로라면 214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이날 찬성은 209표여서 5명 이상은 이탈한 것으로 추측된다. 야당은 "209표도 재의결에 필요한 출석 의원 3분의2(178표)를 31표나 넘는 것"이라며 3야 공조의 위력을 부각시켰다.
오후2시께 3야 의원들이 먼저 입장한 데 이어 우리당 의원들이 마지막으로 입장하자 본회의장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어 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박 의장의 제지에도 불구, 의사진행발언을 강행하자 여야는 본격 충돌했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며 독설을 쏟아냈고 야당 의석 여기 저기서 "마이크 꺼" "저게 의사진행 발언이냐" 등의 고성과 욕설이 쏟아졌다. 이러자 박 의장은 직권으로 마이크를 꺼 유 의원의 발언을 중단시켜 버리고 "도대체 회의를 망치자는 것이냐"고 유 의원을 질타했다.
이어진 찬반토론에서 우리당 임채정 김성호 의원은 "특검법은 법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최병국, 민주당 양승부 의원은 "대통령의 법 거부는 국민에 대한 횡포"라고 맞받았다.
본회의에 앞서 한나라당은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의총장에서 상임위별로 의원들의 출석을 체크하는 등 막판까지 표 단속에 분주했다. 민주당은 의원 일동 명의로 '특검과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결의문을 통해 재의결 찬성을 공표했다. 우리당은 의총에서 표결 참여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였으나 결국 참여키로 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법안 내용·절차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사건 특검법'이 4일 재의결됨에 따라 1월 중순께는 특검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5일 이내에 특검법을 공포하고, 이후 특검 임명(15일 이내)과 준비기간(20일)을 거쳐 수사가 진행된다. 1차 수사(60일)에다 30일간 연장이 가능해 수사가 최대한 진행될 경우 내년 4·15 총선 전후에 최종 수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검법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씨,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등 3명과 관련된 비리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씨 부분은, 지난해 대선 전후에 부산지역 건설업체 관계자 등이 관급공사 수주청탁 명목으로 최씨와 그의 지인인 이영로(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씨 등에게 30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대상이다. 또 최씨가 SK그룹 등 다른 기업이나 개인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도 있다. 최씨가 부산선대위 회계책임자였던 점에 비춰 보면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은 또 썬앤문 그룹이 2002년 10월∼2003년 4월 사기분양한 경기 양평 TPC골프장 회원권을 담보로 농협중앙회 원효로 지점에서 115억3200만원을 불법 대출받는 과정에 이 전 실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썬앤문 그룹 김성래 전 부회장이 녹취록에서 이씨 등 노 후보측에 95억원을 제공했다고 한 내용도 수사대상이다.
양 전 실장에 대한 의혹은, 살인교사 등 혐의로 수사를 받던 청주 키스나이트 클럽 소유주 이원호씨가 수사무마를 위해 양 전 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가 수사 대상이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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