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래방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어요.몇 년 전 일이었어요.
친구랑 같이 노래방에 갔었는데 친구가 너무도 재미있게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너무도 감동한 나머지 저도 노래를 불러보겠다고 마이크를 잡았죠.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에/ 흔들리는 차장 너머로/ 눈물도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첫사랑도 흐르네.” 그런데 그만!!!
노래반주기가 열심히 부른 나를 무시하고 점수를 60점밖에 주지 않은 거예요.
평소 소심한 저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지요.
고함도 질러보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점수가 이번에는 50점대에 머물렀어요.
화가 나서 반주기를 주먹으로 한대 쳤더니 반주기가 작동을 하지 않는 거예요. 당황한 저는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미 반주기는 회생불능 상태였어요.
저는 깜짝 놀라 반주기를 들쳐 업고서 전파상으로 달려갔어요.
전파상 아저씨에게 반주기를 고쳐달라고 졸랐지만 아저씨는 네 실력으로는 반주기를 고쳐서 다시 불러도 소용이 없다며, 그 것은 오히려 반주기를 두번 죽이는 일이라며 노래 부르는 일을 포기하라고 하셨어요.
그 후론 제 성격이 변해갔어요.
노래방을 가지 않고 대인 기피증이 생겼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노래를 못 불러도 잘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 노래방 반주기도 나왔고, 인터넷 채팅은 물론, 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저장할 수도 있게 됐어요.
이제는 노래방에 가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연말이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노래방 가는 것이 재미가 붙었기 때문이에요.
노래만 부르던 전형적인 노래방에서 탈피한 다양한 노래방을 공개수배 합니다. 저와 함께 노래방을 가실 분 연락주세요. Let’s sing. be happy.
-노 브레인 서바이버 중 '정준하 버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노래강사 이병원씨 음치클리닉 땡걱정 버리면 딩동댕∼
연말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망년회 혹은 송년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이니 만큼 다양한 종류의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있겠지만 모임의 끝은 대부분 노래방, 또는 단란주점이다.
하지만 이 문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개인적 취향도 있겠지만 대개는 노래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중엔 음치에 가까운 이들도 있다. 노래전문가들은 그러나 "노래실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약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독특한 스타일로 요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노래강사 이병원(41)씨를 통해 음치탈출 방법을 알아보자. 강남구 대치동에서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노래강사 16년 경력의 이씨는 '음치클리닉'이라는 에세이집과 오디오집을 펴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백화점 문화센터와 각종 TV에서 노래박사로 통한다.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 현대백화점 12층 문화센터의 한 강의실. 40∼50대의 중년 여성 20여명이 노래부르기에 한창이다. 도전곡은 왁스의 최신곡 '관계'. 이 날은 3개월 과정으로 이뤄진 '이병원 노래교실'의 종강시간.
'뭐라고 제발 말좀 해봐요/ 왜 내게 미안한 건지….' 노래 첫 소절부터 나지막하지만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꽤나 수준급이다. 그러나 이씨가 듣기에는 미흡한 모양이다. "바이브레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싶으면 몸을 약간 흔들어 주세요. 그리고 자신감을 갖지 않으면 아무리 연습해도 노래실력은 늘지 않아요."
이씨의 면박에 좌중은 잠시 썰렁해지고 수강생들은 기가 죽는다. 이 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씨가 히든카드로 꺼낸 것은 바로 양동이. 이씨가 건네준 양동이를 머리에 뒤집어 쓴 수강생들은 다시 노래를 부른다. '뜨거웠던 우리 사랑이/ 부질없는 짓이었나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자신감도 넘친다. 방금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진다.
이씨는 "양동이를 뒤집어쓰면 자신의 노래소리가 양동이에서 반사되면서 더욱 크게 들려 노래에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며 "처음에는 왠지 쑥스럽지만 몇 번만 하고 나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에 양동이가 더 이상 어색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를 한번 안아주세요….' 이 노래의 클라이맥스이자 가장 높이 올라가는 부분에서 수강생들의 목소리가 갈라지자 이씨의 조언이 이어진다. "입을 너무 벌리면 턱이 벌어지면서 근육이 긴장돼 좋은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또 목, 혀, 가슴에 힘을 넣지 말고 성대에서 만들어진 소리를 뱃심으로 밀어내면 높은 음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강의를 마친 이씨의 마무리. 초보자들은 밀폐된 자동차를 한적한 곳에 세워두고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목욕탕에서 연습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 노래를 통째로 듣는 것이 아니라 전주, 전반부, 후렴 등 여러 부분으로 나눠서 연습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
이씨는 마지막으로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뒤에는 꼭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노래실력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선곡이 실력이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첫 걸음은 자신에게 맞는 곡을 선택하는 것이다. 노래강사 이병원씨는 "몇번 듣지도 않았는데 친숙하게 느껴지는 곡을 선택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잘 부르기 힘든다"고 말한다. 이씨가 제시하는 여러 상황에 어울리는 노래를 소개한다.
중장년층이 부르면 좋은 젊은 분위기의 노래
관계(왁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안치환), 사랑two(윤도현밴드), 광화문연가(이문세), 널 사랑하겠어(동물원), 마법의 성(클래식)
젊은 세대가 부르면 분위기를 돋울 옛날 노래
머나먼 고향(나훈아), 님과 함께(남진), 이별의 종착역(손시향), 대전블루스(안정혜),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차중락), 불효자는 웁니다(진방남)
음치들도 연습하면 잘 부를 수 있는 노래
바위섬(김원중), 송학사(김태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이장희), 남행열차(김수희), 떠나가는 배(정태춘)
분위기 안깨고 부를 수 있는 무난한 팝송
Diana(Paul Anka), My Way(Frank Sinatra), I.O.U(Carry & Ron), For the Good Times(Kris Kristofferson), Let Me Be There(Olivia Newton John)
언뜻 듣기는 쉽지만 따라부르기 어려운 노래
사랑(나훈아), 골목길(신촌블루스), 립스틱 짙게 바르고(임주리), 선녀와 나무꾼(김창남), 사랑할수록(부활)
웬만하면 피해야할 노래
흥겨운 자리에서 부르는 가곡, 사람들이 잘 모르는 팝송, 모임 성격에 맞지 않는 가사의 노래(결혼식장에서 '뜨거운 안녕' 등)
■술·접대부 여부에 간판이 다르다
노래연습장? 단란주점? 유흥주점?
노래를 부르는 곳이라도 다 같은 노래방은 아니다. 주류판매 및 접대부 동석 가능여부에 따라 업종은 물론 인·허가기관도 달라진다.
흔히 노래방이라고 부르는 노래연습장은 노래는 부를 수 있지만 술반입이 금지된다. 현재 전국에 3만여개의 업소가 있다. 1시간에 1만원 안팎이어서 가족단위 혹은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단란주점은 술을 팔 수 있지만 접대부를 동반할 수 없다. 등록된 업체수는 1만8,000여개. 최근 노래연습장에서도 편법으로 주류를 판매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노래방 도우미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엄연한 불법이다. 유흥주점은 주류판매는 물론 접대부와의 동석이 가능하다.
노래방반주기 내가 최고
국내 노래방 반주기는 금영, 태진미디어, 아싸 등 3개회사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보다 풍부한 반주음악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이들 업체들은 최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반주기를 선보이고 있다. 각 회사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를 비교해보면 노래방을 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인터넷 노래방의 포문을 연 것은 아싸의 'DREAM 21'. 99년 첫 선을 보인 이 반주기는 직원들이 직접 노래방을 방문, 신곡을 추가입력하던 방식에서 탈피, 데이콤 통신망을 통해 노래를 업그레이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화상채팅과 인터넷 검색을 가능토록 해 노래방에서는 노래만 불러야한다는 기존 관념을 깨뜨렸다.
2년 뒤 출시된 태진미디어의 'Ziller-net'은 인터넷망을 통해 신곡과 영상을 공급하는 이외에 각 업소에서 연주되는 곡목이 실시간으로 본사 네트워크망에 전달된다. 때문에 특정 기간동안 불려진 노래의 순위매김 등 다양한 자료분석이 가능해졌다.
올해 출시된 금영의 인터넷 반주기 'MUZEN'과 'VIVAUS'는 인터넷기능과는 별도로 자신이 녹음한 노래를 즉석에서 들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원곡을 부른 가수의 노래를 듣고 따라부를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노래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한창만기자
■안티 노래방族 거길 왜 가!… 젓가락 장단이 그립다?
한 건물 건너 하나씩 노래방을 만날 수 있는 '노래방 공화국'에도 그림자는 있다. 술자리에서 "노래하러 가자"는 말을 꺼내는 이를 남몰래 쏘아보는 눈길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컴컴한 곳'에만은 제발 가지말자고 주장하는 노래방 반대파가 주위에 의외로 많다. '국민 오락'을 거부하며 '안티―노래방'을 외치는 이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참을 수 없는 순간의 썰렁함
시간 입력이 되기 전 5분, 간주가 흐르는 1분, 다음 노래가 입력되지 않아 급하게 노래책을 뒤적거리는 30초…. 순간 몰려오는 적막감을 참을 수 없다. 잘 아는 친구들이라면 모를까 처음 만난 거래처 인사나 옮긴 지 얼마 안 되는 직장 동료들과 노래방을 찾았을 때 이 같은 '썰렁 타임'이 이어진다면 그야말로 스트레스. 특히 한바탕 신나는 노래가 끝나고 난 후 어색하고 조용한 시간이 돌연 엄습할 때 모두들 허둥대며 이를 수습하려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조민아(27·회사원)
억지로 부르라는 건 군 문화의 연속
노래방에 가면 군 시절 악몽이 떠오른다. 심심할 때면 노래를 시키던, 그것도 반드시 최신 곡을 원하던 고참의 모습과 남이 노래할 때마다 아무리 피곤해도 열심히 박수를 쳐야 했던 상황 등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 나 한숨이 나온다. 노래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되지, 안 하는 이에게 "왜 그렇게 못 노냐"고 핀잔 주는 건 황당하다. 자기 멋대로 듀엣 곡을 입력해 놓고 화음을 넣어달라며 마이크를 강제로 떠미는 직장 동료 역시 용서할 수 없다. 김용길(27·회사원)
좁고 답답하고 냄새 나는 공간
땀 냄새가 가득한 좁은 공간, 게다가 술 냄새까지 범벅이 된 무거운 공기는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환기도 제대로 안 되는 방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다음 날까지 머리카락과 옷에서 퀴퀴한 냄새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요즘엔 밝고 쾌적한 시설을 갖춘 노래방도 많지만 노래방이란 자고로 눈에 보이는 곳으로 향하기 마련, 순간의 선택으로 몇 시간 동안 열악한 환경을 버티다 보면 수명이 팍팍 주는 것 같다. 윤태영(25·대학원생)
모여있으되 대화는 없다
노래방에서 나누는 대화는 딱 두 개. "다음 누구야?", "번호 빨리 눌러".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에 술자리에서 오가던 즐거운 대화도 모두 단절되고 한 바탕 놀고 난 후에는 목이 아파서 인사도 제대로 않은 채 집으로 향하기 일쑤다. 또한 함께 노래를 즐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전주가 시작되면 저마다 다음 할 곡을 고르느라 바빠 남의 '공연'을 쳐다보지도 않는 분위기가 싫다. 이혜영(30·학원강사)
■왜 노래방 가나
단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다면 당신은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다. M-TV로 대표되는 영상음악,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망으로 연결시킨다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노래방도 급속히 진화한다. 영상은 음악과 접목되고, 인터넷채팅이 노래방 안으로 들어왔다. 로또문화도 받아들였다. 집 같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도 생겼다.
1990년대 중반까지 급성장하던 노래방이 한때 우리에게서 멀어졌다고 생각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노래방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면서 자신을 발전시켜왔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첨단화한 노래방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굳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좋다. 연령대별로 노래방에 가는 이유도 세분화했다. 그들을 따라 노래방 여행을 떠나보자.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학창시절 혹은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서 '노래방'이라는 새 문명을 접한 30∼40대, 한글보다 노래방문화를 먼저 접한 20대, 엄마 뱃속에서부터 마이크를 잡았던 10대. 같은 젊은이라도 노래방을 대하는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최근 각종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최첨단 노래방까지 속속 선보이면서 취향과 기질, 주변환경에 따라 노는 법도 다양해졌다.
직장인들에게 노래방은 대개 술과 연결된다. 노래 자체보다는 술자리 2차로, 혹은 술 깨고 집에 가기 위해 노래방을 찾는다. E사에 다니는 Y씨(31·여)는 "노래하기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 중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노래방을 찾는 이들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노래방은 술자리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래문화도 바뀌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을 무기로 내세우며 고객의 시선을 잡는 노래방이 늘어난 까닭이다.
A사 직원들은 최근 건국대앞에 새로 생긴 로또노래방을 회식자리로 선택했다. 이 곳은 입구에서 로또복권과 동일한 방법으로 추첨을 실시, 1등에 당첨되면 승용차를 경품으로 지급한다. 김건식(33)씨는 "1등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이 곳을 찾는다"며 "노래를 부르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추첨결과에 대해 아쉬워하는 등 공통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모두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노래에 자신없는 직장 상사를 배려한 노래방도 있다. 송대관 네박자 노래방은 특별제작된 믹싱기법 때문에 평소 실력보다 월등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홍익대앞 수노래방은 좌식 다다미방과 소파가 마련돼있어 신발을 벗고 들어가 편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편한 분위기에서 회식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직장인과 달리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노래방 분위기를 즐긴다. 얼마 전부터 속속 선보인 동영상 노래방은 노래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엠넷존, 핑키스타 등이 유명하다.
최근 SBS 최수종쇼 '자아도취 노래방' 코너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동성로 시스터즈'도 노래방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유명세를 탄 케이스. 엠넷존 같은 경우 500∼1,000원을 넣으면 촬영용 비누방울이 방 전체를 에워싸기도 한다.
90년대 노래방에서 테이프를 녹음해서 줬던 것과 달리 보이는 것까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화면발' 잘 받을지도 연구한다. 자신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동영상을 녹화한 후 방에 설치된 전송 시스템에서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이메일로 보낼지 결정한다. 보내는 것은 무료고 다운로드 받을 때 돈을 지불한다.
인터넷 화상채팅 서비스와 노래방을 결합한 '화상채팅 노래방'도 10대 사이에서 인기다. 사이버리아 노래방, 송앤닷컴, 아이팅 노래방 등에는 같은 체인점의 노래방에서 놀고 있는 다른 이들과 화상채팅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구비돼 있다. 방 안에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된 별도의 컴퓨터가 있는 것이 특징. 비슷한 취향의 노래를 즐기고 외모가 마음에 든다면 연락해서 만나는 일도 흔하다.
노래연습장업협회 전국연합회 사무총장 배형구(44)씨는 "노래방이 다양해지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뒤지지 않으려는 업자들의 상술일 수도 있지만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쉴 새 없이 새로운 놀이문화를 접할 수 있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노래방 반주 어떻게 만드나
흥겨운 반주를 듣다보면 어떻게 이런 반주를 만들었을까, 원곡과는 좀 다른데 왜 그럴까, 신곡을 어떻게 매번 업그레이드하는 것일까 등등의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 같은 궁금증을 풀기위해 반주기 생산업체 태진미디어의 최종엽(51) 이사를 만났다. 이 회사에선 매달 200여곡의 신곡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모든 곡은 그의 OK사인이 떨어져야 출시된다.
노래 선곡은 어떻게 하는가?
"각종 가요순위 차트나 음반가게에서 히트할 가능성이 있는 노래를 선별, 저작권협회에 사용하겠다는 인증을 받는다. 인세로는 곡당 50만원 안팎의 돈이 지급된다."
반주가 원곡과는 약간 다른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
"저작권협회에 돈을 주더라도 악보를 제공받지는 못한다. 때문에 회사의 편곡전문가들이 모든 원곡을 직접 듣고 채보해야 한다. 한 음악을 수백번 들으면서 멜로디를 따고 기타, 피아노, 베이스, 드럼 등 각 악기의 연주부분을 분석해 악보를 완성한다. 태진의 경우 15명 정도의 채보자가 있는데 이들이 만들어온 음악을 일일이 분석하고 수정하는 것이 나의 업무다. 원곡에 가깝게 악보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뛰어난 편곡자로 인정 받는다. 반주기 제작회사마다 연주가 조금씩 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곡을 만드는 데 짧게는 이틀, 곡 구성이 복잡하면 길게는 보름까지 걸린다."
편곡된 곡을 누가 연주하는가?
"노래방 반주의 대부분은 미디(MIDI)라고 불리는 음악재생기계와 컴퓨터의 합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편곡된 악보를 음악파일제작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각 악기의 음색을 입힌 뒤 드럼비트를 삽입하면 한 곡의 반주가 만들어진다. 키보드 등 악기로 직접 연주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기타, 베이스 등 음색을 변환해도 된다. 이런 식으로 수십번의 반복작업을 거치면 수십명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듯한 반주를 얻어낼 수 있다."
사람이 직접 연주하는 경우는 없나?
"1960년대 말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가라오케는 사람이 직접 연주했다. 하지만 컴퓨터음악이 발달하면서 굳이 많은 연주자가 필요없어졌다. 본격적인 컴퓨터연주는 90년대 들어 시작됐다. 그러나 화음과 트럼펫을 비롯해 특별한 음색을 필요로 하는 연주는 녹음실에서 직접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수시로 각 방송국 합창단을 초청, 코러스부분을 녹음하고, 일부 악기는 본인이 직접 연주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음원(音源)은 최근 음악파일로 많이 사용되는 MPEG파일로 저장된다."
이후 작업은 어떤 것인가?
"완성된 음원의 멜로디가 모니터에 나타나는 가사와 정확하게 일치할 수 있도록 추가작업이 이뤄지면 모든 과정은 마무리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음악은 인터넷을 통해 각 업소에 실시간으로 제공, 업그레이드한다."
/한창만기자
■박자가 점수다
노래방에서 점수가 많이 나오게 하려면?
점수 채점은 박자가 기준이다. 화면에 가사의 색깔이 바뀌는 것에 맞춰 정확하게 노래를 불러주면 점수가 잘 나온다. 이전에는 멜로디의 정확도도 채점기준이었지만 수만 곡에 달하는 노래를 일일이 채점하기 힘들어 지금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소리는 이왕이면 크게 내는 것이 좋다.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불러도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너무 감정을 실어 부르다 보니 반주기에 입력된 박자와 틀리기 때문. 모든 반주기 회사가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점수가 잘 나오는 노래방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곳이 있는 것은 반주기에 장착된 점수조절 기능을 업소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동영상 노래방 스타 발광 3인조 동성로시스터즈 아시나요
"얼굴만 예쁜 '얼짱' 비켜라. '노래방짱'이 나가신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는? 섹시한 효리, 깜찍한 보아도 좋지만 지금 인터넷과 방송은 엽기적인 춤과 표정의 '동성로 시스터즈'로 뜨겁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 방영되는 SBS 최수종쇼 '자아도취 노래방' 코너에서 특유의 발랄한 끼와 엽기 춤을 선보이며 황보, 빈 등 쟁쟁한 연예인들의 콧대를 꺾어 놓았다. 이 코너는 일반인과 연예인이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
방송출연 전부터 대구의 한 노래방 자판기에서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이른바 '발광 3인조' '엽기시스터즈' 등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수란 장현진 이희정(19)양. 첫 방송을 탄 11월4일 직후 만들어진 이들의 팬 카페 회원 수는 한달 만에 12만명을 넘어섰다. 대구 경북예고 동창생인 이 셋은 반주가 시작되면 '현란하게 논다는' 것만 빼고는 지극히 평범한 계명대 무용과 1학년 학생들이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SBS 박재용PD는 "이들은 인터넷 동영상으로 먼저 유명해진 후 방송으로 진출한 경우"라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노래방 문화가 인터넷 기술을 만나 새로운 형태의 스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PD는 동성로 시스터즈, 삼박자 라인, 두 여자 쇼, 보민·슬기 등 프로그램의 인기 노래방 스타 네 팀이 연예인들과 실력을 겨루는 '최강자전'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한다.
엠넷(m.net)의 음악전문 프로그램 '왓스업요(What's up yo!)'의 '오디션 대작전' 코너도 노래방 스타를 양성중이다. 동영상 노래방 엠넷존(m.net ZONE)을 통한 인터넷 응모나 거리 오디션에 도전한 4,500명 중 12명을 선발, 11월 초부터 가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방영중이다. 한명씩 탈락하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며 엠넷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노래방 동영상에 대한 네티즌 투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엠넷 조용현 PD는 "한 달도 되기 전에 도전자 방현태군을 지지하는 '방현태 가수 만들기' 모임을 비롯해 모두 7명의 팬클럽이 결성됐다"며 "출연자 중 한명인 윤주명양은 노래방에서 녹화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접한 제작진이 직접 발탁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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