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마침내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을 결심하고 절차 밟기에 들어갔다.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말 이라크 주재 일본 외교관 2명이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높아진 파병 반대 여론과 '연내 파병'이라는 미국과의 약속 사이에서 고민해왔다. 결국 그는 8, 9일 파병 기본계획의 각의 결정을 시작으로 파병 움직임을 올해 안에 가시화하고 실제 본대 파병은 내년 1∼2월에 이루어지는 일정을 택했다.
홋카이도(北海道) 주둔 북부방면대 제2사단을 중심으로 육상자위대 600∼700명에게는 이미 파병이 개별 통보돼 차량의 방탄 강화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남부 사마와에서 정수·급수, 의료, 학교 보수 등 인도·부흥 지원 활동을 맡는다. 쿠웨이트를 거점으로 바그다드와 바스라로 미영 연합군의 보급품과 이라크 인도지원물자를 수송할 C-130 수송기 3대와 항공자위대 150명도 이오지마(流黃島)에서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다. 해상자위대 300명이 승선하는 수송함은 육상자위대의 장비와 무기를 실어 나르게 된다.
일본 정부는 육상자위대 선발대 30여명과 수송기를 이달 중에 먼저 보내 '연내 파병' 약속을 지키는 모양새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라크부흥지원특별법이 '비전투지역'에 한해 인도·부흥 지원과 미영군 후방지원 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마와가 치안이 양호한 지역이라고는 해도 지금의 이라크 정세는 어디도 비전투지역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육상자위대가 테러 공격을 받아 방어를 위한 전투행위를 벌일 경우 위헌·위법 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육상자위대는 사마와 중심부에서 수십㎞ 떨어진 사막에 참호와 콘크리트 방어벽을 둘러친 숙영지를 마련하고 낮에만 시내에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3일 사마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족장의 아들이자 민주화운동가인 압둘아미르 알 리카비와 회담을 갖고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자민당은 파병에 반대하는 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파병 기본계획을 설명한 뒤 내년 1월 정기국회에서 파병승인을 관철할 계획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국제공헌과 동맹국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위험지역이기 때문에 자위대가 아니면 지원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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