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4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썬앤문그룹 회장 문병욱(51·사진)씨를 구속하고 전 부회장 김성래(53·여·구속)씨를 이틀째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에도 불구, 적극 수사 행보를 보이지 않던 검찰의 태도가 급반전한 것은 향후 특검 수사에서 어떤 내용이 튀어나올 지 알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구속된 문씨를 상대로 앞으로 수사의 '본류'인 대선자금 제공 의혹과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등 대통령 측근들의 자금 수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실장에 대해 "아직 뚜렷한 혐의가 없어 출국금지 조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역으로 출국금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또 문씨보다는 한때 문씨의 '동업자'였다 이제는 '적'이 된 김씨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4월 문씨로부터 고발된 농협 사기대출 사건으로 구속돼 현재 1심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그동안 법정에서 "문씨 등이 농협 대출을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더욱이 김씨는 정관계의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썬앤문의 로비스트로 활약했고, 문씨가 마련한 각종 자금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김씨의 입이 열릴 경우 의외의 '대어'를 낚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통해 "이 전 실장에게 준 1,000만원 어치의 수표사본을 가지고 있다" "썬앤문이 노무현 후보 진영에 95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초 썬앤문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지검에 대한 책임 문제도 제기될 전망이다. 서울지검은 김씨의 녹취록과 관련, "정치인 돈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 줄 몰랐다"고 해명한데 이어, 이 전 실장 등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단서가 없어 수사를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문씨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가 고검의 재기명령으로 재수사한 뒤 다시 300억원대 사기와 배임 혐의를 적발했으나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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