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쉬고 싶어요. 너무 힘든 여정이었습니다."5년 동안 아홉 차례에 걸쳐 바흐의 건반악기 전곡을 연주했다. 호평이 이어졌다. 남은 것은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권' 뿐. 그러나 서울 서초동 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강충모씨는 "두 번 다시는 못할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강 교수는 이혜전 숙명여대 교수와 부부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그 동안 TV에도 출연해 얼굴이 알려졌고, CF 제의도 종종 들어온다. 그런 그가 대중성이 떨어지는 바흐 연주회를 결심한 것은 음악적 욕심 때문이었다. "바흐 서거 250주년이자 제 나이 사십이었던 2000년을 앞두고 뭔가 정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바흐는 참 높은 산이었다. "처음에는 정복하겠다는 야심이 있었는데 결국 굴복했습니다. 치면 칠수록 힘들더군요. 왼손과 오른손 두 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3개 이상의 성부를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서 짧은 곡도 악보가 생각나지 않는 아찔한 순간이 많았죠."
그는 투쟁 끝에 환희를 얻었다. 논리적인 바흐의 곡을 따뜻하게 풀어내려면 그의 곡에서 인간미를 터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5년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금방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록이라는 의미 이외에 뭐가 남을까요? 아마도 다섯 번쯤은 더 전곡 연주를 해야 바흐의 정수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는 자기가 녹음한 음반을 다시 듣기 민망하다는 완벽주의자다. 그래서인지 뒤를 따르는 사람은 점점 많아졌다. 99년 자발적으로 결성된 인터넷 동호회 '카페 피아노'의 회원은 벌써 1,050여 명에 이른다. 6월에는 팬 클럽 회원들이 연주회도 열었고, 이번 연주회에서는 머그를 만들어 팔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한다.
이번 공연은 '전자 악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한 업체가 세계 최초로 모니터에 입력된 악보가 연주에 따라 저절로 넘어가는 센서 방식을 개발해 그에게 제의를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2000년 4월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02)751―9606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사진 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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