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문제를 호소하는 여성 중에는 “설거지를 오래 한다”는 부인이 있다.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며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남편과의 잠자리를 피하기 위해서다. 설거지 아니라도 별별 방법으로 성생활을 피하는 여성이 많다. 남편의 외도가 두려워 마지 못해 응하는 경우도 있다. “왜 피하려 하느냐”라고 물으면 “성욕이 아예 없어서”라고 말한다. “흥분이 안 된다”는 대답도 많다.여성의 성기능장애는 욕구가 아예 생기지 않거나, 흥분이 안 되거나, 오르가즘을 못 느끼거나, 성교통이 있는 4가지 원인 때문이다. 여성들은 어떤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선천적으로 성에 흥미가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뿐일까? 심층면담을 해 보면 성욕을 못 느낀다는 여성에겐 은연중 남편에 대한 혐오감이 드러난다. 과거 남편이 외도를 하였거나 어떤 일로 부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부인은 남편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고 대신 자식들에게 모든 정열을 쏟는다.
즉 근본적인 문제는 사랑의 결핍에 있다. 남편에 대한 애정 없이는 결코 성욕이 생길 수 없다. 여자는 사랑을 얻기 위하여 섹스를 하고 남성은 섹스를 얻기 위하여 사랑을 한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적 욕구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이런 여성에게 어떤 호르몬 치료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이론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는 것은 남편을 용서(?)하는 방법뿐이다. 언제까지 남편과 이렇게만 살 것인가. 40~50대가 되어 배가 나오고 결혼 전의 남성적 매력은 없지만 그래도 남편의 장점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대화의 창을 열고 남편을 수용해야 한다.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설정해 부부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보자.
성은 젊은 부부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나이가 60, 70이 되어도 젊을 때보다 횟수는 줄지언정 멋있는 성생활을 할 수 있다. 오르가즘만이 성의 목표는 아니다. 성이란 결국 부부간의 대화인 셈이다.
끝으로 남성들이여, 이 사실을 명심하자. 여성은 사랑을 원하는 것이지 섹스를 원하지 않는다.
/조수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성상담ㆍ치료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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