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광고지야 신문이야."지난달 27일 추수감사절 날 배달된 미국의 주요 신문들을 한장한장 넘긴 독자라면 이런 푸념을 절로 뱉었을 법하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의 지면은 그야말로 '기사 반(半) 광고 반(半)'이었다. 정치와 국제뉴스 등을 다루는 뉴욕타임스의 A1섹션은 32면 중 16면이 전면 광고로 채워졌고, 다른 면도 크고 작은 광고들로 가득했다.총 44면의 워싱턴포스트 A1섹션도 절반 가량이 전면 광고였고 광고가 하나도 보이지 않은 면은 사설과 칼럼, 독자투고를 실은 2개 면에 불과했다. 평일 이 신문의 A1섹션이 대개 26∼30면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광고의 폭주다.
다음날 새벽 4시. 어둠이 짙은 시간인데도 베스트 바이, 서킷 시티, 컴프 USA 등 대형 전자제품 매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새벽 6시 매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들어가 절반 값으로 할인하는 한정 판매 상품을 낚아채려는 극성 쇼핑객들이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까지 이어지는 할러데이 쇼핑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이런 줄서기는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쇼핑 열기가 넘친다. 이날 새벽 매릴랜드주의 한 상점에선 한정 품목 전자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고객들끼리 주먹 싸움이 오가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지난 2∼3년간 연말연시 쇼핑 시즌은 상인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시간이었다. 30∼40% 할인을 내걸어도 진열대는 재고가 쌓여 크리스마스가 임박한 주말에는 헐값 판매하는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덕분에 마지막 순간까지 버틴 고객들은 싼 값에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쇼핑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올해 할러데이 매상은 지난해보다 5.7%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는 현상은 온라인 쇼핑시장에서도 이어진다. 온라인 쇼핑 컨설팅업체인 '주피터 리서치'는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미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액수를 지난해보다 21%이상 급증한 168억 달러로 추산했다.
미국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징후들을 주변에서 체감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우리나라의 경기에도 훈풍이 불어오기를 기원해 본다.
/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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