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강한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극심한 내수부진에도 아랑곳 않고 높은 수익성을 지켜온 데다 경기가 회복될 경우 강화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더 큰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할인점 이마트의 선전으로 롯데를 제치고 유통업계 대표 주자로 떠오른 신세계와 화장품 1위 업체인 태평양, 라면·스넥 분야 강자인 농심은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면 장사가 안 되는 대표적 피해 업체일 것 같지만 주가 측면에선 정반대다.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뚫고 막강한 브랜드파워와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경쟁사들을 저만치 따돌리며 상장 이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불황 강자 3인방'의 주가는 경기 흐름에 따라 주가가 심한 등락을 하는 다른 경기 민감주와 달리 매년 꾸준히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역시 브랜드 파워
3일 증시에서 태평양의 주가는 4.89% 상승하며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소비 둔화에 따른 국내 화장품 산업 위축과 외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매출 및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6.6%나 증가했다. 장사를 해서 벌어들이는 이익 비율인 영업이익률이 일반 제조업 평균(10%)보다 2배 이상 높은 21.8%를 유지하고 있다.
태평양은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브랜드가 4개나 될 정도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은 태평양을 프랑스 로레알과 비교할 때 여전히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증권 김주희 연구원은 "부채비율이 25%밖에 안될 정도로 재무안정성이 뛰어나고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성장 잠재력도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경쟁자를 따돌린 마케팅 효과
신세계 주가도 이날 2.86%오르며 25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가로 치솟았다. LG투자증권 박진 연구원은 신세계를 "신발끈이 안 풀리는 회사"라고 표현하면서 후발 주자들을 충분히 따돌리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내년 소비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들어 백화점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모두들 울상이지만 신세계는 할인점 이마트의 선전으로 지난해에 비해 실적이 개선된 몇 안 되는 유통주 중 하나다. 탁월한 상품 조달 능력을 통한 최저가 판매, 생필품 중심의 마케팅 전략, 마진이 높은 자체 상표(PB) 확대를 통한 이익개선, 중국진출을 통한 물품조달 다양화, 신규 점포 확대 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불황이 반가운 라면의 힘
이달 1일 사상최고가를 찍은 농심의 대표 히트 상품인 안성탕면은 20년간 105억5,000만 봉지나 팔려 지구 둘레(4만75km)를 약 53바퀴 돌 수 있을 거리 만큼 팔렸다. 누적 매출만 1조5,820억원. 동원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국내 라면·스넥 시장의 양적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평균 판매단가 상승으로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 내년에도 실적호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45.2%나 늘었다. 특히 중국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중국 라면 시장 공략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으로 꼽힌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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