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3일 구속영장 청구가 유력시되던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를 자금세탁법 위반혐의로 입건만 하고 일단 귀가시켰다. 이는 선씨를 자금세탁법 위반 혐의로만 구속할 경우, 측근비리 본질을 빗겨 간 사법처리라는 지적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배임 및 탈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씨를 둘러싼 의혹의 뿌리가 파면 팔수록 점점 커지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선씨 계좌에서 발견된 거액의 뭉칫돈에 대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모두 내가 준 돈"이라며 떠맡고 나섰지만 검찰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11∼12월 사이 2억원, 1억원, 3억5,000만원, 3억원씩 모두 4차례에 걸쳐 9억5,000만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입출금 시점이나 관련자 진술로 볼 때 맨 마지막에 줬다는 3억원만 실제 자금거래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 이전에 선씨 계좌에 입금된 나머지 수억원의 정체는 무엇인지, 왜 강 회장은 자기가 주지도 않은 돈을 줬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가 미스터리로 남게 된다. 이와 관련, 여러 가지 추정이 가능하지만 선씨가 민주당 부산선대본부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 및 관리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차적으로 제기된다.
부산캠프 회계 책임자였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또는 선씨 자신이 직접 모금한 자금을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했고 그 중 일부 자금흐름이 검찰에 포착되자 수사확대를 막기 위해 강씨가 떠맡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최씨가 SK로부터 받은 11억원 중 3억4,000만원이 선씨 차명계좌에 입금된 사실은 이들의 '공모' 가능성을 더욱 짙게 만드는 대목이다.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부산 선대본 관계자들이 서로 나눠 쓰거나 또는 일부를 미래 대비용으로 차명계좌를 통해 공동관리 해 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선씨가 관리한 차명계좌는 곁가지 중 일부에 불과하고 진짜 큰 몸통 계좌는 따로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검찰은 "차명계좌가 더 있을 가능성, 선씨의 추가비리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선 이후의 자금흐름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중이다. 만약 검찰 수사에서 이런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측근비리 수사는 민주당 부산선대본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비화할 수 밖에 없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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