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현실, 아시아인의 고민은 어떻게 현대미술로 표출되고 있을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4일까지 열리는 '시티넷(City-Net) 아시아 현대미술전'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젊은 작가 42명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10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다.천지개벽에 비유될 정도로 자고 나면 도시의 모습이 바뀐다는 중국 상하이. 작가 양젠종은 그 상징이 된 명물 동방명주(東方明珠)를, 마치 접시 돌리기 하듯 오른손 검지손가락 위에 거꾸로 올려놓고 위태위태하게 중심을 잡으려 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비디오 작업에 담았다.
또 다른 중국 작가 륭메핑은 자신이 살던 홍콩에서 10년 전부터 모은 개인 우편함들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각양각색의 낡은 우편함 속에 매춘부부터 중국 본토에서 온 이민자까지 그 우편함 주인들의 실제 목소리를 녹음, 관객은 센서를 누르면 그들의 삶을 들을 수 있다. 첨단 통신의 시대에 우편함은 그것이 붙어있는 장소와 사람들의 삶에 대해 한층 인간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
대만 작가 리아오위안은 비상의 자유를 가진 대신 감금되거나 감시 받는 새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자화상' 시리즈로 타이페이에 사는 도시인의 모습을 표현한다. 일본의 여작가 오카다 히로코는 과거 일본 군국주의로 피해 입은 여성들의 모습을 상징한 회화 작업을 내놓았다.
한국 작가들로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작업이 지배적이 된 현대미술에서 공히 고집스러운 '손 작업'으로 미술 본연의 수공성을 탐구하고 있는 고낙범, 김동유, 톰 리, 박은선 등의 작품들이 나온다. (02)2124―8911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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