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 생각 저 생각/물의 빚는 사람이 "지도층"·"公人"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 생각 저 생각/물의 빚는 사람이 "지도층"·"公人"인가

입력
2003.12.03 00:00
0 0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사회지도층'이라는 말이다. 대부분 좋지 않은 사건에 상류층이나 선망 받는 특정 직업인들이 연루됐을 때 많이 쓰인다.그래서인지 한국의 사회지도층에게는 외국의 경우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투기와 탈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 사회에 대한 기여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사회에서 격리,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관, 국회의원, 공무원 등 국민을 '선도하는' 입장의 고위 인사가 하루 아침에 범죄 혐의로 끌려가는 모습은 이제 식상할 지경이다. 오히려 건실한 서민들이 진정 우리들의 인생 선생님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류층 인사에게 '사회지도층'이란 수식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언론은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무분별한 사회지도층이라는 표현은 평범한 직장인에겐 거부감을 준다. 누가 사회지도층이라는 말인가. 지금 우리 국민은 집단적으로 새마을 운동 노래를 합창하는 수준이 아니다. 언론에서 사회 지도층인 아무개가 스와핑을 했다, 이혼했다, 대마초로 구속되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하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일부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들은 범죄 행위나 비디오 소동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을 때마다 "공인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도 "공인의 신분으로서 어떻게..."라며 비난을 가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연예인이 과연 공인인가. 사전은 '공인'을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 또는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물론 연예인과 운동선수는 대중 스타로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공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언론은 그들까지 공인으로 묶어 과도한 윤리성과 책임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박봉과 격무를 묵묵하게 견뎌내며 자신의 일에 충실한 '진짜 공인'들이 허탈해지기 때문이다.

/이강문·대구 중구 남산4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