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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바닥쳤다지만 기업들 "불확실성 여전" 몸사려 설비투자 바닥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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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바닥쳤다지만 기업들 "불확실성 여전" 몸사려 설비투자 바닥은 언제쯤…

입력
200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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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황으로 산업생산이 급격히 늘고 있는데도 설비투자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출 물량 증가로 투자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금명간 기업들이 설비 증설에 나설 것으로 보고 산업용 전기요금 동결 등 온갖 진작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내년 경기 전망도 불확실하다며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는 형국이다.생산압력 증가해 곧 투자 나설 것

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0월 중 산업활동동향 분석결과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의 수출 증가를 통한 생산 증가세가 여타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고 중소기업 생산의 하락세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81.1%로 10년간 평균치(77.7%)를 웃돈 것은 물론 1997년 4월(81.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재고 증가율도 둔화하고 있다.

강호인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수주나 기계류 수입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고 설비투자 조정압력도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 주문이 계속 호조를 보여 생산압력이 좀 더 올라가면 기업도 투자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실제로 제조업 설비투자 조정압력지수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8월 -1.2%포인트에서 9월 4.3%, 10월 4.9%로 급증했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지수는 제조업 생산증가율에서 생산능력을 뺀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생산능력에 비해 공장가동률이 높아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키울 필요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지금은 설비투자 없이 수출 물량을 소화하다 보니 야근·특근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생산압력이 더 거세지면 금명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수출 호조가 고용과 소비로 연결되려면 기업의 설비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의 각종 세제혜택을 연장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수출과 내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기업 투자가 끊기면서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며 "내수 활성화의 관건은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설비투자 막는 주요인

재계 관계자들은 대통령 재신임 정국과 SK그룹 비자금 사건 등의 영향이 겹치면서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국내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는 데 이어 중소기업까지 속속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는 등 우리나라가 투자 대상지로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중소기업 설비투자 감소율이 올해 5.3%에 이어 내년에는 23.5%로 크게 확대돼 제조업 공동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 재벌그룹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고임금 구조 속에서 노사분규마저 끊이지 않아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중의 하나가 됐다"며 "이윤 확보가 중요한 기업에게 무조건 투자를 강요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 수립과 중장기적인 투자 활성화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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