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과 오손 웰즈, 가깝게는 우디 앨런과 로버트 레드퍼드와 숀 펜까지 할리우드에는 배우와 감독을 겸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언제나 안정적인 연출력을 통해 수작을 뽑아내는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73). '무법자' '더티 해리' 시리즈 등의 48년 배우 경력도 빼어나지만 1971년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를 시작으로 '버드' '용서받지 못한 자' '미드나잇 가든' 등 그의 연출작은 벌써 고전 대접을 받고 있다. '미스틱 리버(Mystic River)'는 이제껏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24편의 영화 가운데서도 문제적인 걸작이라는 평을 듣는 작품이다.과거의 상처로부터 사람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리고 사적(私的)인 복수는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가. '미스틱 리버'는 이런 만만치 않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137분 동안 유장한 어법으로 미국 보스턴의 미스틱 강 근처에 사는 세 친구의 비극적인 삶을 들려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촘촘하게 짜여가는 이야기의 힘도 힘이거니와 팀 로빈스, 숀 펜, 케빈 베이컨, 로라 리니의 황금 배역진이 보여주는 연기가 놀랍다. 영화의 톤은 줄곧 무겁지만 명치 끝을 찌르는 감동이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오랫동안 남는다.
보스턴 남부의 한 골목. 션, 데이브, 지미 세 어린이는 하키를 하다가 공을 하수구에 빠뜨린다. 그들이 마르지 않은 시멘트 보도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기며 놀고 있을 때 한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그는 경찰관 행세를 하며 공공재산을 훼손했다고 꾸짖고는 데이브를 데려간다. 잠깐의 납치와 성적인 학대는 세 친구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세 친구의 우정은 이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이들이 다시 만나는 데는 25년의 세월이 걸린다. 그것도 지미(숀 펜)의 딸이 살해당하고, 형사가 된 션(케빈 케이컨)이 수사 담당자로 오면서다. 지미의 딸을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인 데이브(팀 로빈스)는 마침 피범벅이 되어 귀가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누가 사건을 저질렀나가 아니라, 과거의 상처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통찰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죄의식과 상처로 괴로워하는 친구 역으로 실제 마흔다섯 동갑내기인 케빈 베이컨과 팀 로빈스, 실정법보다 거리의 법을 믿기로 한 숀 펜과 로라 리니 부부의 연기엔 그리스 비극에서나 볼 수 있는 기품과 깊이가 있다.
역시 배우 겸 감독인 팀 로빈스와 숀 펜, 케빈 베이컨 등 출연진은 촬영시간 외에도 따로 독회와 연습시간을 가질 정도로 열의를 보이며 선배 감독에게 존경을 표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후보로 줄곧 오르내렸고, 영화 DB 사이트인 www.imdb.com 의 네티즌 평점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작품 중 최고인 8.1이 나왔다. 데니스 르헤인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 5일 개봉.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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