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경기 고양시 화정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형제 독극물 살해사건의 용의자 2명이 사건발생 1년9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1일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의 초등학생 아들 2명을 독극물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이모(26·여·무직)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23일 공범 하모(32·회사원)씨를 구속했다.이씨는 지난해 2월20일 오후 2시50분께 고양시 화정동 모 아파트 벤처사업가 A씨의 집에 들어가 A씨의 두 아들(당시 초등학교 1·4)에게 독극물을 강제로 먹여 숨지게 한 혐의다. 두 아이는 방에서 입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온 어머니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으며 방안에서는 독극물이 들어 있던 빈 플래스틱 병 2개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1년 9월3일 자신이 다니던 회사 동료 하씨에게 "빚 500만원을 갚아주고 범행에 성공하면 거액을 주겠다"고 꾀어 독극물을 사게 한 뒤 하씨와 함께 범행 한달 전까지 2차례에 걸쳐 A씨의 아파트를 찾아와 동호수, 폐쇄회로TV설치 위치, 비상계단, 도로 형태 등을 정밀답사했다. 이어 이씨는 사건당일 하씨에게 망을 보도록 한 뒤 A씨로부터 미리 빼돌렸던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방에 있던 A씨 아들 2명에게 강제로 독극물을 먹였다. 경찰은 "2000년 3월께 세미나에서 우연히 만나 알고 지내던 A씨가 2001년 7월께 헤어지자고 하는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4월1일 A씨 가족에게 전화와 편지로 "불륜관계를 알리겠다"고 협박한 이씨를 붙잡았으나 살인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협박혐의로만 구속했다. 그러나 경찰은 통신수사를 통해 사건발생 5개월 전 이씨와 하씨가 23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 지난달 23일 하씨를 붙잡아 범행일체를 자백 받은 뒤 28일 이씨를 체포했다.
/고양=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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