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미국의 하청공사를 하던 우리 기업 주재원들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숨진 사건은 혼미한 이라크의 수렁에 도사린 위험을 절감케 한다. 사건이 발생한 북부 티크리트에서는 하루 전 정보 전문가로 추정되는 일본 외교관 2명이 기습공격을 받아 희생됐다. 남부 마흐무디야에서는 스페인 정보장교 7명이 매복공격에 걸려 몰살당했다. 미군의 강력한 소탕작전에도 이처럼 저항세력의 외국군과 외국인에 대한 공격과 희생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파병 계획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저항세력이 미국을 돕는 외국군과 외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동맹국의 추가파병 등 지원을 막고, 철군 여론을 부채질하려는 전술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런 전형적인 게릴라 전술에 동맹군이 속수무책인 듯한 상황이 쉽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동맹군이 게릴라전의 관건인 정보전에서 저항세력에 압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항세력은 점령군이 지휘하는 경찰조직 등에 광범한 동조세력이 있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치밀한 게릴라전을 펴고 있다. 반면 점령군은 현지 사정에 어둡고, 고조되는 반외세 정서 때문에 고립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군 피습 현장에서 주민들이 시신을 짓밟고 환호했다는 보도는 이라크 점령과 개입이 과연 정당하고 현명한 것인가를 새삼 되묻게 하는 살벌한 경고다.
이런 마당에 이라크 평화회복과 재건지원이란 명분을 되뇌는 것은 안이하다. 인명손실 위험이 확인됐는데도 국가의 신의를 위해 파병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맹목적 애국주의는 특히 무책임하다. 국제적으로 파병반대와 철군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독 우리가 이라크 정세안정을 위해 뛰어들어야 하는 절박한 국익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파병을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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