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명 진통해열제 타이레놀을 생산하는 존슨 앤 존슨사가 1982년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타이레놀을 복용한 8명이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회사는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기 전 약국에 비치된 3,100만통을 모두 수거했다. 정밀조사 결과 회사의 잘못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회사는 2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고 매출액은 전년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경영진의 신속한 대처로 타이레놀 브랜드를 회생시켰고 소비자들은 이 회사를 계속 신뢰하게 됐다. 기업윤리를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확대되면서 '윤리 경영'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평소 그렇게 기업윤리를 강조하던 기업들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1994년 윤리강령을 도입한 LG그룹은 올해 초 전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까지 가졌다. '정도 경영'을 하자는 것으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기업보다 윤리경영을 말해 온 신세계의 경우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고현정씨가 도난 당한 차량은 회사명의의 승용차다.
■ 미국의 엔론 사태 이후 특히 기업의 윤리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경영에 있어 세계적인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러 조사 결과 윤리적인 기업이 이익도 많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경영의 핵심은 최고 경영자의 의지다. 직원들에게 아무리 윤리를 강조해도 윗물이 깨끗하지 않으면 결국 기업은 망하게 된다. 윤리경영은 기업이 여유가 있어 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라는 것이 최근의 국제적 흐름이다.
■ 해외에 진출한 일부 한국 기업들이 비윤리적 행위로 말썽을 빚고 있다. 국제민주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으로 7월부터 2개월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4개국을 대상으로 현지 조사한 후 발간한 '해외 한국기업 인권현황 백서'를 보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부터 든다.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국내에 진출한 몇몇 외국 기업들의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 분개했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인데, 우리가 그것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윤리가 바로 설 날은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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