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매일 듣거나 경험하는 말 중 하나가 '빨리빨리'가 아닐까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챙겨 학교 가라"는 어머니의 말씀에서부터 늦은 밤 "아줌마, 빨리 주세요"라는 포장마차 손님의 주문에까지 '빨리빨리'는 우리의 가장 흔한 일상어이다.그러나 나는 요즘 '빨리빨리 증후군'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을 탈 때 그렇다. 승객들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도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계단을 올라간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것 같다. 나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면 괜히 조급해진다. 그래서 덩달아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승객들은 또 지하철이 역내로 진입하는 소리가 들리면 방향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뛴다. 이러한 조급증은 지하철에 탔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승객들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출입문 앞에 길게 줄을 선다. 서울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대부분은 직장인과 학생이다. 이들은 무언가에 쫓기며 살고 있는 듯 보인다. 자기 앞에 놓인 길만 바라보고 이웃과는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빨리빨리'는 우리 민족의 속성과는 관계가 먼 증후군이었다. 오히려 여유를 갖고 인생을 이웃과 소통하면서 살아온 것이 우리 민족이다. 그런데 사회가 경쟁을 강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여유와 소통을 중시하던 우리 민족의 심성에 속도가 자리를 차지했다. '빨리빨리'는 한국의 경쟁 체제를 일컫는 다른 이름이었다.
무한정 경쟁을 강요하는 이 광기의 이데올로기는 성수대교와 삼풍 백화점 붕괴로 그 폐해를 증명했다. 일제 때 지어졌기 때문에 100년이 다 되어가도 끄떡없는 제1한강대교는 부끄러운 역설이 됐다. 서울의 아파트 수명은 고작 20∼30년. 영국(130년), 미국(100년), 일본(35년)과 비교해봐도 엄청난 과속이다. 우리의 '빨리빨리 증후군'은 이제 나와 이웃을 소외시키고 있다.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아닐까. 사회가 강요하는 경쟁의 논리를 비켜서 지낼 수는 없지만 한번쯤 내가 지금 어떤 위치에 서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여유를 갖자.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기 보다는 가만히 서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jmy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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