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수상자와 수상 후보에 올랐던 여배우등 슈퍼스타가 주연한 영화들이 최근 흥행에서 잇달아 참패했다. 지난 10월 개봉된 3편의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베로니카 게린'(Veronica Guerin)과 '인 더 컷'( In the Cut·사진) 및 '국경 넘어'(Beyond Borders). '엘리자베스'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한 '베로니카 게린'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마약 밀매단을 폭로하다 갱에 의해 사살된 여기자의 실화를 다뤘다. 블록버스터 전문 제리 브루크하이머 제작, 조엘 슈마허 감독에 연기파 블란쳇이 주연해 기대가 컸던 영화였다.그러나 이 영화는 비평가들의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나오자마자 흥행 궤적에서 사라져버려 배급사인 터치스톤을 당황케 만들었다. 11월 23일까지의 총수입은 고작 156만 달러.
'인 더 컷'은 '피아노'로 오스카 각본상을 받은 제인 캠피언이 감독하고 변신을 시도한 멕 라이언이 젖가슴까지 노출하고 열연한 에로틱 스릴러. 화끈한 섹스와 살인 충동의 핏빛을 대조시키며 고독과 욕정과 현대 도시인의 사랑의 불가능성을 파헤친 범죄영화다. 그러나 무드 하나는 진득진득하지만 통속적인 작품. 이 영화도 11월 23일까지 달랑 471만달러 수입에 그쳤다.
'국경 넘어'는 오스카 조연상을 받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전쟁, 액션, 로맨틱 드라마. 실제로 유엔 친선대사인 졸리가 난민구호사업 봉사자로 나와 세계 각처의 분쟁지역을 다니며 좋은 일도 하고 사랑도 하는 내용이다. 졸리의 자화자찬식 선전 영화로 비평가들의 혹독한 평을 받았고 관객들도 철저히 외면, 11월 23일까지의 수입은 442만달러.
이어 개봉된 '인간의 오점'(The Human Stain)은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교수(앤소니 홉킨스)지만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의 상대역인 여자 청소부 역의 니컬 키드먼이다. 흑인이라는 사실을 숨겨온 백색 피부의 교수가 딸뻘인 아름다운 여자청소부를 사랑, 진실을 고백하나 비극으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원작이 필립 로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인데다 오스카 수상자인 로버트 벤튼('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이 감독하고, 두 오스카 배우가 주연해 기대가 매우 컸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뜨뜻미지근한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서도 죽을 쑤었다. 특히 이 영화는 캐스팅이 잘못됐다는 비평가들의 공통된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배급사 미라맥스는 오스카의 꿈을 못버리고 수상 시즌을 맞아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영화들의 흥행 실패는 좋은 비평 없이 여배우 혼자 힘으로는 흥행에 성공하기 힘들다는 할리우드 통설을 재확인해준 셈이다. 할리우드에서 흥행의 문을 혼자 힘으로 열 수 있는 여배우는 현재 줄리아 로버츠 한 명뿐이다. '시카고'나 '미녀 3총사'같이 앙상블 캐스트일 경우 여배우 혼자 뛰는 것보다는 흥행 가능성이 높다.
/LA미주본사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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