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 무용가들이 직접 안무한 무용 공연을 보기란 쉽지 않다. 전통춤에 바탕한 창작 무용은 더욱 그렇다. 국립무용단(단장 김현자)이 2·3일, 5·6일 4일 간 기획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동동(東動) 2030'은 그런 의미에서 뜻 깊다.봄과 젊음을 상징하는 '동녘 동'(東)에 힘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움직일 동'(動)을 결합해 만든 제목처럼 국립극단의 젊은 무용수 4명이 직접 안무하고 제작한 공연을 차례로 올리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촘촘하게 내딛는 잦은 발 동작을 이르는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라는 이름으로 2000, 2001년에 걸쳐 국립극장에서 선보인 14개 창작 무용 중 엄선한 4편이 무대에 오른다. 정길만의 '1967.6.17', 이현주의 '紅雨'(홍우), 장현수의 '바람꽃', 우재현의 'BABEL·Cue·Party'가 그것.
정길만의 '1967.6.17'은 작곡가 윤이상이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 윤이상의 대표곡 중 하나인 '해방'을 몸짓으로 풀어내면서 분단된 조국의 현실 앞에서 고통 받았던 예술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사회적인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게 특징이다.
이현주의 '紅雨'는 사랑 때문에 가슴 절절이 상처 받지만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운명을 간결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한다. 독일 현대 음악의 현대성과 전통 춤사위에 녹아있는 부드러움이 한데 어울려 강렬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심플하고 탄탄한 구조가 돋보인다.
'춘당춘색 고금동' 등을 통해 국립 무용단에서 주목받는 무용수로 자리 매김한 장현수의 '바람 꽃'은 자신의 내면적 자아와 대화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다.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든 국립 창극단 김지숙씨의 창작 판소리에 맞춰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춤사위를 보여준다.
우재현의 'BABEL·Cue·Party'는 욕망에 이끌려 자멸의 길을 걷는 인간군상을 바벨탑이라는 상징을 통해 형상화했다. 다른 세 작품과 달리 현대 무용의 크고 빠른 동작들이 주를 이룬다. (02)2271―1743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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