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성화호 지략의 승리/ 독일전 쾌승 원동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성화호 지략의 승리/ 독일전 쾌승 원동력

입력
2003.12.01 00:00
0 0

한마디로 지략의 승리였다.박성화 한국 청소년 대표팀 감독은 30일 전차군단 독일에 맞서 '먼저 수비벽을 두텁게 쌓은 뒤 빈틈을 노린다'는 선(先)수비 후(後)역습 전략을 폈고, 이 시나리오는 그대로 적중했다.

박 감독은 그동안 독일의 전력을 면밀히 분석, 포백 수비라인을 최대한 뒤로 내려 상대에게 배후 공간을 내주지 않는 동시에 순간적인 역습을 가하는 전술을 집중 연마했다. 또 독일의 측면 공격이 매우 위협적이라고 판단, 중앙 수비수 박주성(수원 삼성)을 왼쪽 윙백에 포진시키고, 여효진(고려대)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시키는 수비 위주의 작전을 짰다.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준우승팀인 독일은 이날 경기에서 전반 초반 한국 문전을 파고들며 2∼3차례 위협적인 센터링을 날리며 기세를 올렸지만 그 이후로는 한국의 두터운 수비벽에 막혀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하고 역습에 무너졌다.

박성화 감독은 경기 직후 "하프타임 때 이호진과 이종민에게 역습을 시도하도록 주문했는데 정확하게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비를 두텁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비기는 전략은 아니며 수비가 안정되면 공격도 자연스럽게 풀린다"며 "선수들이 반복훈련을 통해 포백 수비를 편안하게 느끼도록 한 것이 무엇보다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공격 부문에서도 박 감독이 꺼내든 이호진 카드도 맞아떨어졌다. 독일의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투지 넘친 플레이를 펼친 이호진은 후반 선취골까지 뽑아내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한국이 앞으로 조별리그를 통과, 4강 진출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격의 적극성을 키워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차범근 MBC 해설위원은 "다 좋았지만 단점이라면 역시 수비에서 공격으로 이어지는 공세의 패턴이 다소 수동적이라는 점"이라며 "공세로 전환할 때 2선에서 좀 더 능동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용기자·아부다비=연합

한국 박성화 감독

힘든 경기가 될 줄 알았는데 '선수비 후공격' 작전이 성공했다. 월드컵 4강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박주성과 이호진 등 주력 선수 2명이 다쳐 걱정이다. 다음 상대인 파라과이는 오늘 미국에 졌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배수진을 치고 결승전처럼 생각하고 임하겠다.

독일 울리 슈티리케 감독

전반에는 플레이를 잘 했는데 두번의 결정적인 실책 때문에 패배를 자초했다. 한국은 조직력이 좋고 매우 빠른 팀이다. 특히 페널티지역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수비진의 큰 실수 때문에 경기를 그르쳐 아쉽다. 주축 선수 중 말리크 파티와 알렉산더 루드비히가 부상을 당해 다음 경기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30일 새벽 독일전에서 첫 골을 넣은 뒤 골키퍼와 충돌, 병원으로 후송된 왼쪽 날개 이호진(성균관대)은 아부다비 셰이크 칼리파 병원 스태프들로부터도 인기를 실감했다. 이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은 TV로 중계를 보고 있다가 은발로 염색을 한 이호진이 X레이 검진을 받기 위해 병실로 들어오자 "방금 골을 넣은 선수 아니냐"며 앞다퉈 찾아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호진은 일부 병원 직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유명세를 치렀다.

○…독일전 후반 25분 이종민(수원)의 2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중앙 수비수 김진규(전남)는 "볼을 몰고 가다 솔직히 골 욕심이 있었지만 혹시 넣지 못하면 혼이 날까봐 더 좋은 위치에 있었던 종민이에게 밀어줬다"고 말했다. 김진규는 "독일 공격수들의 템포가 빨라 우리 수비조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전반 초반과 후반 21분, 36분에 독일 공격수들의 위협적인 슛과 코너킥을 3∼4차례 선방으로 막아낸 '리틀 칸' 김영광(전남)은 "수비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라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날 새벽 경기가 열린 나얀 스타디움에는 현지 교민과 붉은악마 원정 응원단 등 300여명이 집결해 월드컵 응원을 재현했다. 교민 응원단은 독일 응원단과 나란히 관중석 중간에 자리해 목청을 높였으나 분위기가 살지 않자 후반 들어 독일 골문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고 한국의 선취골이 터지자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서울에서 11시간을 날아온 붉은악마 응원팀장 유영운씨는 "파라과이와의 2차전에는 현지인들까지 일부 포함시켜 1,000명 이상을 조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공수 핵심멤버 2명이 부상을 당해 전력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후반 6분 왼쪽 날개 이호진의 부상은 물론 전반 29분에도 박주성(수원)이 거친 태클을 당하며 발목을 삐어 경기장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한성 팀 주치의는 "박주성은 인대가 손상됐고 이호진은 근육 인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후반 종료 10분을 남기고 교체된 정조국(안양)은 단순히 쥐가 났을 뿐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