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가득 메운 외국산 승용차, 수영장과 클럽을 갖춘 고급 빌라, 휴대폰과 노트북을 선전하는 대형 광고판…. 베이징(北京)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톈안먼(天安門) 광장에는 늘 변함없이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있다.그 뿐 아니다. TV를 틀면 마오쩌둥에 관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특히 요즘은 26일 그의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관련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룬다. CCTV는 11일부터 매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그의 공적을 기리는 '옌안송(延安訟)'을 방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이전까지를 다룬다. 비범한 어린 시절, 험난한 대장정과 항일투쟁이 주된 레퍼토리다. 건국 이후의 행적을 비켜가는 것은 마오쩌둥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와 맞아떨어진다. "그의 집권 시절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팠다. 그러나 중국인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위대하다." 한 전직 언론인의 말이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을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국민에게 확인시키고 이는 통치 유지의 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런 의도를 알고 있지만, 별다른 반감은 없어 보인다.
중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을 바라보면서 중국이 민주화 요구나 민족간 갈등으로 제2의 혁명을 겪거나 분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정치적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한다. 내일 아침에 있을 투자유치 상담의 전략을 생각하는 것이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끌어내리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재민·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중국 문화 및 매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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