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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근대건축물의 박물관" 인천중구, 옛모습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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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근대건축물의 박물관" 인천중구, 옛모습 살린다

입력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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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구한말인 19세기 개항 관문으로 외국 문물이 밀어닥쳤던 곳이다. 특히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개항한 인천 중구는 일본과 청국을 비롯, 러시아 영국 등 서구 열강의 조계(租界·외국인 집단 거주지역)가 형성된 개국 현장. 국내 최대 근대 건축물 밀집지역으로 당시의 숨결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중구는 근대건축물 거리박물관

중구 중앙동과 관동 해안동 일대 16만여평은 고딕 르네상스양식 등 '거리 건축박물관'을 연상시킨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일본과 청국인들이 지은 근대건축물만 79점. 이 가운데 4채는 100년을 넘긴 것들이다.

우선 중구청(옛 일본영사관) 200m 아래 작은 골목 사거리에 들어서면 벽돌 단층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90년 인천에서 가장 먼저 지어져, 인천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일본 18은행 건물이다. 한 집 건너에는 발코니와 돔 형태의 창문을 단 2층 짜리 옛 일본 58은행(인천시 유형문화재 제9호)이 서 있다. 여기서 50m만 가면 르네상스풍 단층 석조건물과 마주친다. 중앙부에 돔을 설치하고 아치형 현관이 인상적인 옛 일본 다이이치(第一)은행(시 유형문화재 제7호)이다. 중구청 위쪽에 있는 단아한 2층 석조건물은 옛 제물포 구락부. 조계 내 외국인들의 사교장이었던 이 곳은 현재 인천문화원이 입주해있다. 국내 첫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 중턱에는 아치 형태의 돌문(홍예문)이 있다. 이 문은 일본인 거주자가 늘자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뚫은 것. 800여m 아래 답동로터리 어귀에서는 웅장한 고딕양식의 답동성당(국가 유형문화재 제287호)이 눈길을 끈다. 방향을 동인천 쪽으로 돌리면 중국인 거리다. 선린동 청관거리에는 1934년 지은 2층 규모의 화교 중산학교가 있고 학교 내에는 청국영사관 회의청이 있다. 자장면을 처음 만들었다는 청요리집 '공화촌' 등 중국풍 음식점과 건물들을 접할 수 있다.

상당수 건물은 훼손되거나 헐려

해방 이후에도 줄곧 인천의 중심지였던 중구는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에 묶이면서 개발에 제한을 받아왔다. 85년부터 인천시 등 관공서와 회사들이 줄줄이 옮겨가면서 발전이 멈춰 이제는 대표적 낙후지역이 됐다. 그 사이 19개의 근대 건축물이 헐렸고 일부지역에는 러브호텔과 빌라 등이 들어섰다.

지난해 중구 선린동 중국풍물상가 조성 당시에는 중국인이 최초로 세운 81년 역사의 화교교회 중화기독교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919년 해안동에 건축한 한국산업은행의 전신인 2층 규모의 옛 식산은행도 2001년 8월 철거돼 지금은 중구청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해안·신흥동 일대에 있는 대규모 조적조 창고(1940년대 건축)들도 3년 전부터 하나 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형쇼핑몰이나 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문화원 유용호 사무국장은 "상당수 근대 건축물이 사유지에 방치돼 헐리거나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체계적 관리를 위해 국가·지방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항현장 복원 및 예술촌 거리 조성

급기야 인천시가 근대 건축물 보존에 나섰다. 시는 우선 올해 초 중앙동 일대 16만여평을 역사미관지구로 지정, 건축물 신축을 규제키로 했다. 또 건물 높이와 디자인, 색깔, 창틀까지 보존대상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2005년까지 문화예술촌 거리도 조성한다. 89억원의 예산으로 인천항쪽 대로변 2개 블록 2,500여 평을 매입, 아틀리에와 스튜디오, 작업장 등 창작공간과 강좌·토론·세미나홀, 아트숍, 골동품 전문 판매점, 조각공원, 갤러리 등을 꾸밀 참이다. 인천시 황흥구 문화예술과장은 "근대 건축물 보전지역과 차이나타운, 월미도 지역을 관광문화벨트로 묶어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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