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의 국회 재의(再議)를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4당 총무는 1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회담에서 이에 대한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이번 주가 재의 및 국회 정상화 여부를 가름할 고비가 될 전망이다.각 당의 움직임을 볼 때 재의의 여건은 완연히 무르익고 있다. 새 지도부가 출범한 민주당이 '재의시 찬성' 당론을 정할 것이 확실시되고, 자민련 역시 찬성기류가 우세하다.
조순형 대표는 1일 단식중인 최병렬 대표를 방문해 당의 입장을 전한 뒤 재의를 통한 국회 정상화를 권유할 계획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지난 달 28일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특검법을 수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박 의장도 국회 마비 사태의 해소를 위해 특검법을 직권 상정해서라도 재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은 재의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돼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직은 멈칫거리고 있으나 민주당과 자민련, 그리고 국회의장까지 가세한 압박을 마냥 피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30일 "재의거부의 명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회 주변에선 "금주중 재의 협상을 거쳐 8,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론 재의보다는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철회'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 대표와 이재오 사무총장이 가장 강경하고, 홍사덕 총무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일 총무회담에선 이런 뜻을 전하고 두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재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민주당과 자민련에 대해 '특검법을 재의에 부칠 경우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는 확신을 달라'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의 분열 공작에 의한 이탈표"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민주당과 자민련에 심리적 부담을 줌으로써 이를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최 대표도 "특검법이 통과될 것으로 믿을 만한 상황이 되면 굳이 (재의를) 마다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었다.
결국 남은 변수는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야3당 공조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다. 그러나 표결 결과에 대해선 누구도 분명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 재의에서 특검법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 등이 도를 넘어설 경우 재의가 '없던 일'이 돼 버릴 소지는 여전한 셈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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