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소비 관련주의 긴 동면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일까. 10월 도·소매 판매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백화점 매출이 5년래 최대폭(-15%)으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증시에서는 오히려 내수주의 바닥을 확인하는 '마침표'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 의류, 화장품, 음식료, 제지 등 금융과 통신업종을 제외한 대표적 내수·소비 유망업종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잇따르고, 풀무원 등 일부 종목에는 뚜렷한 선취매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모습이다.그러나 아직 상당수 전문가들은 가계 신용위험 및 고용위축 등 가계 소비여력 위축의 장기화 가능성을 들면서 관련주에 대한 투자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기 회복 기대론
지난주에 나온 10월 산업활동동향 통계를 기점으로 내수 회복 전망이 다소 낙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돼야 본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정도의 신중론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수출단가 상승에 의한 채산성의 두드러진 개선 추세는 국민소득 개선 경로를 통해 소비경기 회복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11월 백화점 매출의 호전 등을 감안해 내년초 소비회복 관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BNP파리바페레그린증권 역시 "수출증가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임금인상, 국내소비 증가로 연결될 것"이라며 "내년 1분기부터 국내 소비가 회복돼 연간 4.8%의 소비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의 내수·소비 관련주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주를 고비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롯데미도파는 평균 6% 내외의 상승세를 나타냈고 풀무원 한솔제지 한국전력 등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회복 속도 완만론
반면 신중론을 고수하는 전문가들은 최근의 생산 급증세와 수출 기업의 채산성 호전이 곧바로 본격 소비회복을 견인할 가계 여력의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신규고용과 소득이 증가해야 신용불량자가 감소하는데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취업 비수기"라며 "국내 신용불량자 수가 내년 1분기까지 급증세를 유지하는 등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내수부문의 모멘텀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도 "지난 2개월간 소비 둔화폭이 감소했으나, 이런 추세가 곧바로 소비회복세로 이어지기 보다는 3∼6개월 정도 정체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며 사실상 하반기 소비 회복론을 고수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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