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을 둘러싼 대립으로 출구가 없어보이는 극한대치정국의 해법은 대화다. 대화는 어느 경우에도 실종돼서는 안되며, 항상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는 게 우리의 오랜 경험칙이다. 전쟁 중에도 물밑대화는 있어 왔으며, 막다른 골목에서도 나름의 몫을 해내곤 했다.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이 단식중인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의 대화가능성을 타진하고 민주당의 조순형 새 대표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박관용 국회의장도 4당 총무회담을 주선하는 등 적극적 중재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화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대통령과 거대야당의 대표가 '여기서 밀릴 수 없다'는 식의 기 싸움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 한다. 다름아닌 자신을 뽑아 준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제도적 권리를 행사한다는 미명아래 시급한 국정과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사태를 자초하는 것은 스스로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보면 답이 어렵지 않게 나올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 대표의 단식을 폄하하는 감정적 표현을 자제하고, 최 대표는 거부권 철회라는 현실성 없는 요구만을 할 게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특검법의 재의결을 추진하면 된다.
문 실장은 "대통령은 언제든지 최 대표와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최 대표는 "제1야당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부와 협조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견해차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쪽으로 생각하면 어려울 것도 없다. 대치정국은 대화를 통해 물꼬가 터져야 한다.
전 철 환 충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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