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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노빠의 "노무현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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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노빠의 "노무현 죽이기"

입력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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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라는 말이 있다. '노무현 오빠부대', 즉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열혈 지지자를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처음엔 비아냥거림의 뜻이 담겨 있었겠지만, 이젠 열혈 지지자들 스스로 자신을 노빠라고 부를 만큼 친숙해진 말이다.정치혐오주의가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노빠의 정열은 아름답다. 정치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노빠가 순수성을 잃어버렸다. 일부 연예인 오빠부대와 너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오빠의 라이벌 연예인을 증오한다거나 자기 오빠가 무슨 일을 저지르건 무조건 옳다고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광기(狂氣)마저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한동안 노빠로 불렸던 사람이지만 민주당 분당에 반대하면서 열린우리당을 비판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젠 일부 노빠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 이론적 공격이 아닌, 거의 인신 공격 수준이다. 그렇다면 나는 요즘 노빠들과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는 환영을 받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들로부터는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다.

노 정권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분열주의는 네티즌들마저 그런 흑백논리의 구도에 가두고 말았다. 도무지 '회색 지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과학도로서 나는 그런 현상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기는 하지만, 노빠의 그런 지지 방식이 사실상 '노무현 죽이기'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이 잘 지적했듯이, 열린우리당마저도 '노빠당'으로 전락하고 말았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사례연구로 부안 사태를 살펴 보자. 나는 그간 중요한 국가적 문제들에 대해 노 대통령이 내 생각과는 다른 결정들을 내렸어도 나와 같은 보통사람이 헤아리기 어려운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이 있을 거라며 이해하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부안 사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라는 게 내 생각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전의 결정들은 '이회창 대통령'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라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문제만큼은 '이회창 대통령'도 절대 이런 식으론 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기에 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노 대통령을 가장 열렬하게 옹호하는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마저도 부안 사태가 노 대통령의 '최대 실책'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인정만 할뿐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하진 않는다. 왜? 그는 '노빠주식회사 대표이사'이기 때문이다. 모든 노빠들이 부안 사태에 대해 노 대통령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면 부안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내가 보기에 열린우리당이 부안 사태에 대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도 그 이슈를 민주당이 선점했기 때문이다. 노 정권의 '최대 실책'임을 인정하자니 민주당의 뒤를 쫓는 것 같아 그게 싫었고 내년 총선에서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한 것이다. 네티즌 노빠들마저 이런 정략에 오염돼 있으니 노 정권은 무슨 수로 실책에 대한 자기교정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노빠들은 80년대식 이분법 선동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냉정한 이성을 회복하고 잘 생각해보라. 그런 식으론 노 정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노 정권은 겸허해져야 하며, 이는 노빠들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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