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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이 지갑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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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이 지갑 연다

입력
2003.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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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명품 매출과 소비재 수입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사상 최대인 360만명에 달해 당분간 저소득층의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는 고소득층의 소비 심리 회복에 좌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10월 중 소비자기대지수는 91.5로 기준치(100)에 크게 못 미쳤지만,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소비자기대지수는 100.3으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 100을 넘어섰다.삼성경제연구소의 '4·4분기 소비자 태도조사 결과'에서도 교육문화비 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이 연평균 소득 5,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만 유일하게 전분기(49.5%)보다 오른 53.6%를 기록했다.

10월 중 백화점 판매는 가계부채에 짓눌린 서민층이 지갑을 꽉 닫으면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5%나 줄었지만, 명품 매출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동 본점의 경우 50개 명품 브랜드 매출이 지난 달 25일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15.4% 늘었다.

명품 의류잡화 브랜드인 크리스찬디올과 까르띠에의 경우 11월 현재까지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70∼100% 가량 늘었다. 고소득층이 주 수요계층인 소비재 수입도 10월 중 15% 가량 늘어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김대현 부장은 "명품은 소비 심리가 위축돼도 마지막까지 버티고, 경기가 회복될 때 가장 빨리 매출이 늘어난다"며 고소득층의 명품 소비 증가를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최근 "빠르면 내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에는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백화점의 고가 수입품 판매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등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활황이 소비 심리를 살리는 데까지 이어지진 못하고 있으나, 일단 소비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내수 출하량이 전달 0.2%에서 0.7%로 높아진 것도 소비개선 조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카드 부실 등 소비자금융의 위축이 워낙 심각해 고소득층의 소비가 전체적인 내수 진작으로 연결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곽영훈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는 현재 수출 증가→생산증가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조만간 생산증가→설비투자 회복 단계로 이행할 것"이라며 "생산증가 압력이 설비투자로 이어질 경우 내수도 회복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재정경제부 강호인 경제분석과장은 "중하위 소득계층은 카드 빚 누적과 가계부채 상환에 내몰리고 있어 당분간 소비 심리가 회복되길 기대하기 어렵다"며 "고소득층의 지갑 열기가 전체 소비부문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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