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생아의 탯줄 혈액(제대혈) 보관에 이어 성인의 줄기세포를 냉동 보관하는 신종 사업이 등장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건강할 때 미리 극소량 밖에 없는 자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시험관에서 대량 배양한 뒤 영하 197도에 냉동 보관하는 것. 벌써 4∼5곳의 업체가 성업 중이고 더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 채비다.'만능세포', '난치병 치료의 열쇠' 라는 줄기세포는 뼈와 혈액, 신경 등 260여 개의 신체 세포로 분화되는 기본 세포로, 인체의 골수나 혈액에 존재하며 감염이나 염증 등으로 손상된 세포를 복구할 때 쓰인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 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백혈병, 중증 뇌졸중, 심장병, 간경변 등의 난치병 증상을 호전시켰다는 연구결과를 경쟁적으로 내놓자, 업체들은 줄기세포 보관이 마치 '난치병 치료의 보험'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보관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한 보관업체는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 비용으로 450만∼650만원에다가 매년 30만원의 보관료까지 받는다. 또 다른 업체는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줄기세포 보관 자체가 '황금 알을 낳는 사업'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거금을 주고 줄기세포를 보관할 만한 가치는 있을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노'다. 국내 줄기세포 최고 전문가인 김동욱 가톨릭대 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현재 냉동 보존 기술상 5년 이상 보관한 뒤 사용하면 세포생존율이 아주 떨어져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 교수도 "줄기세포 보관은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로또복권'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줄기세포 전문가들은 또한 최근 줄기세포가 중증 뇌졸중, 간경변 등의 증상을 호전시킨다는 발표도 비과학적인 연구결과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극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고(심지어 한 임상시험은 겨우 2명만을 대상으로 했다), 대조군 없이 치료군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는 점 등은 연구의 기초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임상시험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솜망치로 한 두 사람의 머리를 쳐서 두통이 호전됐다고 해서 세계 최초로 솜망치로 두통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결론적으로 줄기세포의 메커니즘과 정확한 임상 효과 등이 밝혀지지 않는 현재 상태에서 거금을 들여 줄기세포를 보관하는 것은 호사가들이나 관심을 둘 일이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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