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요즘 인터넷 덕분에 일하기가 편해졌다고 한다. 궁금한 게 있을 때 몇몇 포털 사이트가 운영하는 '지식 검색' 등을 이용하면 그 자리에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지식 검색'에 올라오는 질문들 가운데는 한자와 관련된 것이 많다. 사이트마다 하루에 수십 가지씩 한자 질문이 쏟아진다고 한다. 그것들을 죽 훑어보면 요즘 학생들에게 한자가 얼마나 낯선 글자인지를 알 수 있다.
"상가(喪家)에 가면 한자로 써 있는 단어, 그게 뭔가요?" "방귀를 한자로 뭐라고 해요?" "돗자리에 적혀 있는 홈홈이 무슨 뜻이에요?" "푸라면(?) 할 때 '푸'는 무슨 글자인가요?" 홈홈은 囍(쌍희 희), 푸는 辛(매울 신)을 읽은 것이다. 또 圖(그림 도)는 디스켓, 凸(볼록할 철)은 뻐큐, 卨(사람이름 설)은 학교, 邕(화할 옹)은 똥이란다. 기발한 발상에 웃음이 터진다.
한자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20대들은 그렇다고 치자. 유치원 때부터 한자 능력 시험과 학습지에 매달린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한자 실력은 어떻게 된 걸까? 시험 점수를 따기 위해 무작정 외운 탓일 게 분명하다.
한자를 배우는 첫 번째 목적은 우리말 속에 촘촘히 들어차 있는 한자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가 내 영어 실력을 망쳤듯 점수 따기 한자 공부는 내 아이의 한자 실력을 망칠 게 뻔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한 필 훈 출판인 (길벗이지톡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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