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생 김모(20·언론학부2)씨는 지난달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과 함께 2박3일간 백두대간 산행에 나서고 있다. 김씨는 "다른 친구들도 나처럼 금요일 수업이 없어 여행가기에 안성맞춤"이라며 "금요일은 학내가 매우 한산해 휴일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2주전 주중에 해오던 과외지도를 접고 한강고수부지 자전거 정리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강모(21·한양대 경제학부2)씨는 "금요일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주말에 일을 해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주일 7일 가운데 4일만 등교하는 일명 '주4파(週4派)' 대학생들이 급증하면서 금요일이면 각 대학에서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든 '캠퍼스 공동화현상'이 번지고 있다. 운동권의 일파인 '주사파(主思派)'와 전혀 별개인 이들은 매주 찾아오는 금·토·일 황금연휴를 이용해 각종 여가활동은 물론 이색 주말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등 다채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대학가의 주4파족은 '주5일 근무제'와 함께 대학가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대생 최모(19·인문학부1)양은 "금요일에 교양 수업을 들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며 "대학생은 토요일 휴식을 취하는 일반인 보다 하루 더 쉬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간 강사 김모(35)씨는 "금요일 수업을 하기 싫은 것은 학생 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제불황의 와중에도 주5일제를 겨냥한 주말 아르바이트가 꾸준히 제공되는 것도 주4파 등장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광운대생 배영준(21)씨는 "주말을 이용해 택배는 물론 웨딩홀,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도 많다"며 "안정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금요일에 수업을 받지 않는다"고 털어 놨다. 대학가의 주4파 급증은 대학 학사제도의 미흡에 의한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한 교수는 "졸업이수학점이 적고 전공과목의 비중도 별로 없어 학생들이 바깥으로 돌고 있다"며 "이는 학부생들의 학력저하로 직결되는 실정"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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