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특검법 재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사덕 총무가 28일 "정국 파행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언급하며 재의 용의를 시사했고, 지도부는 재의에 대비한 표 계산에 분주했다.홍 총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법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찬성 당론) 방침은 새 지도부에도 승계될 것"이라고 민주당의 협력을 기정사실화한 뒤 자민련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자민련이 찬성 당론을 정할 경우 재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그는 27일 자민련 김학원 총무에게 "자민련 의원 10명이 모두 찬성하지는 않더라도 7∼8명만 도와주면 장외투쟁을 정리하고 재의에 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민련 의원에게 특검법이 재의에 부쳐질 경우 찬반을 물은 결과 이인제 안동선 정우택 정진석 의원 등 4명이 찬성입장을 밝혔다. 김 총무는 "개인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 했으나, 평소 "찬성 당론을 유도하겠다"고 말한 점에 비추어 찬성으로 분류된다. 김종필 총재와 조부영 김종호 의원 등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표면적인 재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지만 청와대의 '야당 분열공작'에 의해 실제 표결에서 낭패를 볼 가능성에 대해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재의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민주당과 자민련은 물론, 심지어 우리 당에서도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며 "정보망을 총동원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는 "청와대가 '연말 개각에서 총리를 시켜주겠다'며 계보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 중진을 회유했다", "자민련에선 찬성 3표 이상 나오기 어렵다" 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최병렬 대표와 이재오 사무총장 등이 "지금은 '국회 정상화'보다 '대통령 정상화'가 더 중요하다"며 여전히 재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특검법 가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재의 방침을 거둬들이기 위한 양동작전의 성격이 짙다. 결국 민주당이 전당대회 이후 경선 후유증을 극복, 얼마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한나라당의 진로를 결정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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