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같은 일상에 치이다 보면 마음까지 헛헛해지기 십상. 그럴 때 분위기 있는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인적 드문 곳에서 잠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시간도 돈도 없고, 마땅한 데도 없고' 하는 생각으로 포기하고 만다.여기서 잠깐. 가나아트갤러리가 운영하는 미술관 순환버스는 가볼 만한 미술관을 알아서 척척 안내해 준다. 특히 평창동 미술관거리처럼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가기 힘든 곳도 이 버스로 편하게 갈 수 있다. 단 돈 1,000원에 30분이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분위기 있는 미술 전시회를 감상하거나 따뜻한 차 한 잔도 즐길 수 있다.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앞. 미술관 순환버스에 오르자 은은한 클래식 선율이 예사롭지 않다. 빵떡모자를 멋지게 눌러 쓴 운전사 김정웅(60)씨가 반갑게 웃는다. 5년 째 평창동과 인사동을 오가고 있는 김씨다. 미술관 전시 정보나 인근의 유서 깊은 장소, 그 유래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어 관람객의 웬만한 질문에 막힘이 없다.
인사동을 출발한 버스는 아트선재센터가 있는 사간동 미술관 거리를 거쳐 국립민속박물관 앞에서 잠시 멈춰 선 뒤 낙엽이 바람 따라 뒹굴고 있는 경복궁 돌담길과 청운동 한옥마을을 지나 창의문(자하문) 언덕에 닿았다. 거기서 하차.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니 환기미술관이 나타난다. '김환기 종이작업전'이 한창이다. "고즈넉함을 안겨주는 자하문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색다른 기분"이라는 김창순(63)씨는 "아담한 정원과 어우러진 미술관의 외관이 또 하나의 작품처럼 아름답다"고 말했다.
달리기 시작한 지 10여 분이 지나자 평창동 미술관 거리에 도착했다. "도심을 벗어나 나들이를 온 것 같다"는 이정필(63)씨는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뵈는 미술관에서 작품 감상을 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며 환하게 웃는다. 평창동은 10여 개의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 중 가나아트센터가 대표적. 인천공항 인테리어 총감독 장 미셀이 지은 건물이 현대적 미를 한껏 뽐낸다. 또 추상조각가 김종영과 서양화가 김흥수, 추상한국화가 고암 이응노 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미술품 경매를 구경할 수 있는 서울 옥션과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부인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의 이름 한 자씩을 따 만든 최초의 문학박물관인 '영인문학관'도 바로 이웃에 있어 문학의 향취도 맛볼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미술관 내부에 있는 카페에 들러 분위기 있게 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멋진 문화 체험. 유명 음식점들이 즐비한 사간동과 삼청동 거리에서 맛깔스러운 음식을 들며 미술관 유람으로 지친 몸을 달래는 것도 좋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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