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지음 고요아침 발행·8,500원
'나이 쉰 셋/ 정정학 자자나무/ 백혈병으로 몸을 부리고/ 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 1번 침대에 누워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아내의 맨발'에서) 아내가 백혈병으로 쓰러졌다.
열여섯 살에 선생님이었던 남편을 만나 "똥장군을 지고서 남편을 시인 만들고 교수를 만들어 낸" 여인이다. 소식을 듣고 아내에게 헌혈해 준 경찰서 의경들이 고마워 아내의 이름을 붙인 시 '연엽(蓮葉)에게'를 지어 서울지방 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린 게 세상에 알려졌다.
'아내의 맨발'은 송수권(63) 시인의 애틋한 아내 사랑 사연을 담은 글모음이다. 시인의 아내는 힘든 시절 세상 물정 모르고 시만 쓰는 남편과 세 아이를 위해 농사를 짓고 보험회사를 다녔다.
평생 고생시켰다는 참회에, 시인의 시와 산문에는 눈물이 넘쳐흐른다. '첫 월급을 받아놓고 <시 쓰면 돈이 나와요, 밥이 라고 평생 타박했더니 시도 밥먹여 줄 때가 있군요!> 라고 울었습니다' '나는 마지막 시간이 될 지 모르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이렇게 외쳤다. <당신은 하늘돌이야.> 철없는 열 여섯 그 어린 하늘 돌을 주워서 덕지덕지 때를 묻혀놓았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2억원이 넘는 골수 이식 수술비가 부담스러워 수술을 받지 않겠다던 아내는 "당신이 죽으면 절필할 것"이라는 남편의 울음 섞인 으름장에 지난주 수술을 받았다. 당신은> 시>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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