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선물 /문선이 글. 고광삼 그림. 계림.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 글. 사계절.
트리갭의 샘물 /나탈리 배비트 글. 대교출판.
한 사람의 죽음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무늬의 슬픔을 줄까.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도 정작 죽음과 맞닥뜨린 사람에게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한다. 더군다나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는 것은 평생의 상실감으로 남는다.
'엄마의 마지막 선물'은 뇌종양에 걸린 엄마의 투병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4학년 딸 미진이의 시선으로 그렸다. 큰 집으로 이사해 각자 방을 가지게 된 기쁨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엄마가 뇌종양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아직 어린 나이에 집안일과 동생을 돌보게 된 미진이는 엄마의 고통을 이해하고 빨리 낫기를 바라면서도, 아이답게 힘들다며 투정도 부리고 노는 데 정신이 팔리기도 한다. 자신이 죽은 후에 꿋꿋하게 살 힘을 길러주고 싶은 엄마는 아이들을 국토순례에 참가하도록 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집을 팔고 이삿짐을 꾸릴 때 가족들은 엄마의 마지막 선물을 발견한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은 후에 남은 가족이 서서히 슬픔을 이겨나가는 이야기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메이 아줌마는 친척집에 갔다가 우유 한 잔 더 달라는 말도 못하는 고아 소녀 서머를 보고 입양한다. 비록 정부보조금으로 사는 가난한 처지이지만,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 부부는 넘치는 사랑으로 서머를 돌본다. 오브는 메이가 죽은 후 삶의 의욕을 잃고 서머는 오브마저 죽을까봐 겁낸다. 영매(靈媒)를 통해서라도 메이와 한 번만 더 이야기하고 싶은 오브는 그 역할을 해 줄 목사를 찾아 나서지만, 그 역시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결국 사랑했던 죽은 사람은 항상 산 사람의 마음 속에 같이 한다는 것을 깨달은 오브는 슬픔을 추스르게 되고, 그제서야 메이의 죽음을 견디는 데만 급급했던 서머의 울음이 터진다. 책의 끝 부분, 메이가 서머에게 쓴 편지를 읽을 때면 저절로 명치 끝이 묵직해지고 목이 아파오는 걸 느낀다.
이제 삶과 죽음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싶다면 '트리갭의 샘물'이 기다리고 있다. 마시면 영원히 늙지 않고 현재의 모습대로 살게 되는 샘물을 마신 터크 가족은 생성과 소멸의 수레바퀴에서 영원히 비켜나 있다. 그러나 영생은 과연 축복일까. 영원히 살 것인가, 아니면 유한한 삶을 충실히 살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다음은 '그리운 메이 아줌마'에서 아줌마가 서머에게 보내는 편지 중의 한 구절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늙어서 너한테 많이 의지하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너도 마음 편하게 우리한테 의지할 수 있게 해 주신 거야."
나는 과연 우리 가족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인지 스산한 계절에 자문해본다.
/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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