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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승엽, 次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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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승엽, 次善도 있다

입력
200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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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최고 선수로서 이런 조건으로는 미 프로야구에 갈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열흘간 미국방문을 마치고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승엽(27·삼성)은 미국측의 '홀대'에 단단히 화가 나 있음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어 "12월말까지 좀 더 지켜봐 달라"며 팬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승엽의 귀국 전후로 네티즌 사이에도 '헐값'으로 미국에 가느니 '대한민국 간판타자'로서 명예를 지켜달라는 주장도 쏟아졌다.현재 이승엽의 상황은 대충 이렇다. 이승엽측은 빅리그로 불리는 미 메이저리그팀에 직행, 중심타자로 활약하고 연봉 150만 달러(약18억원) 이상은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반면 박찬호가 뛰었던 LA다저스 등은 메이저리그 하위단계인 마이너리그에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고 몸값도 100만 달러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은 이처럼 꼬여있지만, 결국은 이승엽의 결단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중위권팀 수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대접해줄 수는 없다"는 그들의 계산법은 이승엽으로서는 무척 속상할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년전 일본의 이치로라는 타자가 3년간 1,400만달러(약168억원)에 계약한 점도 이승엽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러나 미국 무대를 휘어잡을 자신이 있다면 일단은 자존심을 조금 꺾는 편이 낫다. 좋은 조건으로 미국에 입성한 후 맹활약을 펴면 금상첨화겠지만 최선은 늘 쉽지 않은 법이다. 차선이 결과적으로는 최선을 낳는 경우도 숱하다. 순탄한 행보 보다는 '고진감래'가 훨씬 더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확실한 자신감이 없다면 일부 네티즌의 주장 처럼 국내에 남아 더 큰 족적을 남길 것을 권하고 싶다.

박석원 체육부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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