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죠. 허허"사물놀이 창단 25주년 공연 준비에 한창인 김덕수씨의 말이다. 1978년 네 명의 젊은 국악인 김용배(꾕과리) 김덕수(장고) 이광수(북) 최종실(징)이 선보인 사물놀이는 획기적이었다. 우리 고유의 풍물을 무대 음악으로 만든 사물놀이는 신명 나는 리듬으로 사회 곳곳에 붐을 일으켰다. 타악 퍼포먼스 '난타'와 '도깨비 스톰' 등의 원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무대용 사물놀이를 탄생시킨 네 명의 국악인은 단 한 장의 음반을 내고는 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25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걸출한 상쇠 김용배는 86년 스스로 세상을 떠났고, 이광수는 무대에 설 수 없는 몸이 됐다. 김덕수는 새로 팀을 만들어 세계로 나갔고, 최종실은 대학에서 사물놀이를 가르쳤다.
올해 주변에서는 원년 멤버가 함께 하는 공연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현은 불가능하게 됐다. 사물놀이 25주년 기념공연은 결국 따로 열린다. 김덕수씨는 내달 2∼7일 호암아트홀에서 최종실 교수는 내달 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각각 공연을 한다.
기획사측은 "두 분을 함께 모시려고 했는데 서로 스케줄이 바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두 사람은 함께 옛 동료 이광수의 재기 무대를 겸한 큰 공연을 해보자고 논의했다. 그러나 견해 차이가 커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30주년 때는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김씨는 최 교수의 공연 소식에 "전혀 몰랐다"며 "그건 내 공연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서로가 추구하는 사물놀이관이 다를 뿐"이라고 일축했다.
주변에서는 "두 분이 함께 했는데 김 선생님만 사물놀이를 대표하는 듯 비쳐져 최 선생님이 섭섭해 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실제로 최 교수의 공연이 기획되었을 때는 '사물놀이 25주년 기념'이란 타이틀은 없었다.
유명 그룹 비틀스나 사이먼 앤 가펑클의 경우처럼 다른 길을 걷게 되면 서로의 음악관이나 성향 때문에 다시 모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25주년처럼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둘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제라도 서로의 공연에 가서 덕담을 건네는 방법도 있다. 그것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30주년 공연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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