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야당이 각자 차를 몰고 벼랑 끝을 향해 달리면서 "먼저 내리는 쪽이 겁쟁이"라고 협박하는 식의 지금의 오기(傲氣) 싸움은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먼저 풀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야당의 단식 등 강경투쟁에 대해 '불법파업' 이니 '개와 고양이 싸움' 이라고 조소하고, 야당은 대통령 수사의뢰로 화풀이를 하는 감정싸움 통에 나라가 결딴이 나면 누가 더 책임을 져야 할지 노무현 대통령은 잘 헤아려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의 어제 저녁 SBS-TV 대담 내용은 실망스럽다. 노 대통령은 경색정국을 가져온 한 원인이 되는 측근비리 특검법 거부와 재신임 국민투표 요구에 대해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노 대통령은 특검법 거부와 관련, "국정 파행은 있어도 파탄은 아니다"고 강변하면서 "국민과 언론이 대통령에게 책임이 많으면 대통령을 어렵게 할 것이고, 야당에 책임이 많으면 야당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자신감까지 보였다.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에 대해서도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 및 특검 수사가 끝난 후 어떤 식으로든 국민이 대통령을 수용할 것이냐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야당 대표의 단식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과는 별개로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세가 결코 아니다.
노 대통령은 우선 헌재가 재신임 국민투표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에 대해 내린 결정의 깊은 뜻을 국민 편에 서서 깨닫고 재신임 제안부터 철회해야 한다. 지금의 벼랑 끝 대치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론을 갈라 놓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신임 문제를 정치적으로 매듭짓는 방안을 놓고 여야간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바로 경색정국 타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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